[더팩트|이중삼 기자] 건설경기가 깊은 골로 빠져들고 있다. 추락은 거센데 바닥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6분기째 뒷걸음질 친 건설투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반등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들어 '숨 고르기' 전망이 나오지만, 회복력은 미약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정 투자를 서두르고,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행(한은) '2025년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이 기간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8.2% 줄며 6분기 연속 감소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건설투자도 192조5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9% 감소했다. 감소폭만 보면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3분기(11.4%) 이후 가장 심각하다. 올해 건설현장 축소가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부문별로는 침체가 더 두드러진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비주거·주거·토목 모두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건산연이 지난 21일 공개한 '건설동향 BRIEF'에 따르면 비주거는 올해 1~3분기 각각 24.7%, 19.2%, 15.0% 줄었다. 주거는 21.7%, 18.1%, 11.8% 감소했고, 토목도 15.7%, 14.0%, 8.8% 줄었다. 건산연 관계자는 "2021년 이후 공사비와 금리가 동시에 뛰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같은 진단을 내놨다. '11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PF 대출 강화와 비수도권 부동산 경기 둔화로 수주와 착공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공사기간까지 늘어나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정부 재정 투자 늘려야 건설경기 회복 가능성↑
전문가들은 침체를 벗어나려면 분야별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토목은 올해 SOC 투자 집행을 점검하고 내년 사업을 최대한 앞당겨 발주해야 하며, 건축은 공공주택 공급계획을 조속히 가동해 시장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회복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보고 있다. 근거는 과거 흐름이다. 2018년 2분기 침체가 시작돼 2019년 1분기에 저점을 찍고, 2020년 3분기까지 회복이 이어졌다. 침체기 3분기, 저점 이후 회복기 6분기라는 패턴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저점을 형성한 뒤 하반기부터 회복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건산연은 정부가 재정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이 움츠러든 시기에는 정부 재정이 사실상 유일한 경기 지지대이기 때문이다. 건산연 관계자는 "내년 재정 투자가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5년간 수도권 주택 135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한 9·7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민간 사업자가 안정적으로 공급에 나설 유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수도권 공급을 더욱 확대해 건설경기 반등을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설투자 위축이 5~8% 수준에서 장기화될 경우 연관 산업으로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건산연 관계자는 "건설업은 단순한 건축 분야가 아닌, 여러 산업을 떠받치는 기반 인프라 산업"이라며 "투자가 위축될 경우 자재 산업을 중심으로 타격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