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한림 기자] 바이오시밀러·신약 개발 사업을 떼어내는 인적분할로 거래가 정지된 국내 시가총액 4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한 달여 만에 거래를 재개했다. 거래 재개 후 삼성바이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만 담당하는 기업으로 바뀌기 때문에 가치 재평가를 통해 주가도 변동성을 확대할 전망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새롭게 바뀐 삼성바이로직스의 시초가는 거래 정지 전 주가인 122만2000원 대비 47.05% 오른 179만7000원으로 형성됐다. 인적 분할 후 기업의 잠재 가치가 긍정적으로 재평가된 결과다.
이후 다소 조정을 받으면서 하락 전환했으나 다시 강보합 전환한 모양새다. 이날 오전 11시 28분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초가(179만7000원) 대비 0.61% 내린 180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최고가는 184만1000원, 최저가는 165만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30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올해 5월 발표한 인적분할을 통해 CDMO만 다루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지주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로 회사를 쪼갠 후,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신규 상장일 11월 24일로 확정되면서 기업 가치를 재평가할 유예 기간을 둔 것이다.
이에 거래 재개 후 장 초반 흐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 분할을 단행한 이유를 대변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등 사업을 신설법인인 삼성에피스홀딩스로 분리해 본업인 CDMO에만 집중하는 '순수 CDMO' 기업이 되면서 고객사였던 글로벌 제약사들과 잠재적인 이해 상충 우려가 해소된 것은 물론, 수주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았다.
투자자의 평가 기준을 예전보다 명확하게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들은 주가 판단을 위해 바이오시밀러 사업이나 신약개발쪽도 신경 써야 했으나, 재상장 후에는 시장 마진율이 높은 CDMO 사업에 대한 가치만 집중하다 보니 주가가 올랐다는 분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새롭게 상장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같은 시간 기준 시초가(61만1100원) 대비 20%가량 하락한 49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들이 들고 있던 삼성에피스홀딩스 주식을 상장하자마자 줄매도한 탓이다.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시밀러나 신약 개발 사업에 대한 가치 평가가 상장 첫날 기준으로는 신규 투자자들의 유입보다 아래에 있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장의 전반적인 전망은 긍정적이나 기업 가치가 새롭게 평가될 수 있는 시험대에 오르면서 우려하는 부분도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가 상승을 제약할 수 있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은 잔존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재상장 직후 초반 흐름에서도 보였듯이 순수 CDMO 사업에 대한 집중도가 과한 기대감으로 선반영돼 기업의 실제 이익 성장 속도를 추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상장 시초가가 40% 넘게 올랐고, 기존에도 100만원이 넘어가는 주식이 재상장 후 200만원을 바라보면서 몸집이 더 커진 탓에 투자심리를 다소 위축시킨다는 평가가 일부 나온다.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주가 추이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 등이 사업부를 떼어내자마자 그간 CDMO 사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고평가받았다는 인식이 확산한다면 두 회사를 모두 보유한 기존 주주들의 투자 심리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농후하다.
바이오 섹터 전반에 대한 업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글로벌 CDMO 시장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고 신규 공장 증설 경쟁도 가속화하고 있어, 신규 수주가 기대만큼 빠르게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에도 본업 경쟁력 강화와 기업 가치 재평가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앞서 신영증권, LS증권, 유진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으며 상상인증권과 유안타증권은 재상장 직후 200만원까지 눈높이를 높였다.
이달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030년 예상 순이익에 글로벌 경쟁사 대비 30% 프리미엄을 적용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주가를 산정했다"며 "8공장 건설이 예정된 2030년은 회사의 성장 전략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