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 취소…"주가·정책 등 고려"


이사회 결의 5개월 만…정부 정책 방향 고려
포트폴리오 재편 위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 강구

태광산업이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태광산업이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지난 6월 말 이사회에서 교환사채 발행을 결의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회사는 주가 급락, 시장 여건의 변화, 정부 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한 자금 조달 차원이었지만 정부 정책 방향 등으로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태광산업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 6월 27일 최초 공시한 교환사채권 발행 및 자기주식 처분 결정을 전면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회사는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여러 자금 조달 방법 가운데 주가 상황상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이 가장 합리적인 수단이라 판단했다. 이러한 경영상 판단의 정당성은 소액주주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의 기각 결정으로 인정됐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 사건이 진행되는 도중 주가가 급락했다. 이에 따라 조달 비용은 증가하는 등 시장 환경 변화가 발생했으며, 그에 따른 거래 상대방과의 발행조건 재조정 협의 지연 등으로 신속한 자금 조달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태광산업은 "정부의 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환사채 발행을 철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태광산업이 EB 발행을 추진했던 이유는 본업인 석유화학 사업의 불황으로 실적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3조원을 훌쩍 넘었던 매출은 지난해 2조2122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2022년부터 적자로 돌아선 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이 2891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에 포트폴리오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올해 남대문 메리어트 호텔과 애경산업을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향후에도 화장품과 에너지, 부동산, 조선업 등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사업 재편을 위한 자금 조달의 일환으로 지난 7월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려던 3186억원도 포함돼 있었다. 자금조달 계획에 일부 차질이 불가피하고, 금융시장의 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현재의 투자 계획이 예정대로 집행될 경우, 내년 상반기에는 예비운영자금의 확보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태광산업은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태광산업은 "사업 재편과 운영자금 확보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외부 차입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한층 강화하고 주주가치 제고와 시장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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