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한림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11월 들어 '10만전자'를 전후로 요동치고 있다. 10만원대로 올라서면 3일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9만원대로 떨어지는 모습을 반복해서다. 증권가에서는 10만원을 삼성전자 주가의 강력한 저지선으로 판단하면서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분석이나 투자자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10시 48분 기준 전날보다 4.77% 내린 9만5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4.25% 오르면서 2거래일 만에 10만원대(10만600원) 주가로 복귀했으나 하루 만에 전날 상승분을 반납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 사상 최초로 10만전자를 달성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단기 조정을 거친 와중에도 11월 4일 장중 최고 11만2400원을 기록하는 등 강세를 유지했다.
당시 삼성전자 강세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호실적 발표에 기인한다. 올해 들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들었고, 이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외인 수급이 대거 유입된 결과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2.5% 오른 12조2000억원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반도체 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주된 원인으로 잡혀 증권가의 목표가 줄상향을 끌어냈다. 당시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수정한 증권사는 4곳으로 한국투자증권·KB증권·유진투자증권 등이 15만원을, 대신증권은 13만원으로 목표가를 올려 잡았다.
그러나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본격적으로 코스피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이번 달 14일(9만7200원)부터 삼성전자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틀간 10만원대 유지 후 급락, 다시 10만원대 진입 후 급락 등 하락 사이클만 거듭하는 모양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11만원대고지까지 점령하면서 뛰어올랐던 시기보다 최근 하락 사이클을 반복하는 시기에 목표주가를 더 올린 곳도 등장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실적 발표 이후 최대치였던 15만원보다 더 높은 17만원을 써낸 SK증권이 대표적이다.
SK증권이 주목한 수치는 주가 흐름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보다 주가수익비율(PER)이다.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구조적인 성장에 진입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주가를 전망할때 더 이상 과거의 주기적인 변동성만을 고려하면 안 된다는 해석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AI 시대에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가치 평가에 PBR을 적용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때"라며 "내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55조 원에서 86조 원으로 58% 상향한다. 낮은 실적 기저에서 시작하는 탄력적 회복과 내년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시장 진입에 따른 기술 경쟁력 회복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오늘(21일) 삼성전자 관련 리포트를 써낸 KB증권도 삼성전자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지 않았다. KB증권은 현재 심화하고 있는 D램 공급 부족의 최대 수혜주로 삼성전자를 꼽으면서 목표가를 15만원으로 유지했다. 단기적인 주가 조정에도 메모리 업황 개선에 따른 삼성전자의 장기적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4분기 현재 D램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1z D램 이하 레거시 생산라인을 1b D램으로 공정 전환할 것으로 예상돼 내년 D램 비트 출하량 개선을 통한 실적 서프라이즈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