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내 건설산업이 외국인력 의존으로 벼랑 끝에 섰다. 청년 인력은 씨가 말라 현장은 고령층과 외국인 근로자로 버티고 있지만, 산업재해와 급등하는 공사비까지 겹치며 붕괴 직전이다. 업계는 스마트 건설기술 투자가 없으면 생산성과 안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없다며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현장은 이미 청년층 유입이 사실상 멈춘 상태다. 20·30대 근로자 비중은 전체의 10% 수준에 머문다. 나머지 인력은 고령층과 외국인 근로자가 채우고 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전체의 14.7%까지 높아졌고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는 외국인력이 없으면 현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산업이 후퇴하고 있는 배경 중 하나는 산업 매력도가 떨어져서다. 직업 선택에서 연봉·워라밸·조직문화·성장 가능성·근무환경을 중시하는 청년들은 근로여건이 열악하고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건설업을 선호하지 않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조사에서도 최근 1년간 건설업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한 비율은 51%로, '긍정적으로 변했다' 응답 13%를 크게 앞섰다. 이미지 개선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61%가 '매우 필요', 31%가 '필요'라고 답했다.
안전 문제도 청년 유입을 가로막는 큰 요인으로 꼽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고 사망자는 287명으로, 이 가운데 48%인 138명이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특히 대형 건설사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르면서 부정적 인식은 더 깊어졌다.
실제 업계는 내국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0인 미만 기업 312곳을 대상으로 외국인 근로자 활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내국인 구인 난항'을 이유로 외국인을 고용하는 기업이 61.5%에 달했다. 비용 절감 목적보다 일손 부족이 외국인 고용을 부추기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청년 유입이 멈춘 상태에서 외국인 의존만 늘어나면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정부와 업계가 근로환경 개선과 인력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 스마트 건설기술→신(新)직무 창출 기회
전문가들은 인력 중심의 현장 운영 체계를 유지하면 생산성 저하와 안전 문제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건설산업의 핵심 과제는 노동생산성 제고와 재해 예방"이라며 "스마트 건설기술은 노동 의존도를 줄여 안전사고를 감축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직접적 해법"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스마트 건설기술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현장 적용은 여전히 소극적"이라며 "건설사의 디지털 전환 투자 규모는 전 산업 가운데 최하위권"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기술을 활용하려면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며 "스마트 기술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연구원은 "일본과 중국이 디지털 기반 건설 기술을 조기에 도입한 배경은 노동력 부족 대응이었다"며 "변화에 뒤처지면 한국 건설업의 지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 사회간접자본(SOC)의 고도화는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보고서 '스마트 건설인력 전환, 인간 협업과 지속가능한 고용안정'은 "자동화 확산과 인력난의 악순환 속에서도 스마트 기술은 기존 인력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닌 신(新)직무 창출의 기회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청년층이 안정적으로 유입되려면 사회적 신뢰와 고용 안정성을 포괄하는 인재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기반이 마련될 때 스마트 건설 생태계도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