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7곳 CEO 연말 임기만료…함영주 2기 '비은행' 인사 시험대


증권,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재정비 방향 주목

하나금융그룹 14개 계열사 가운데 절반인 7곳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올해 말 한꺼번에 만료된다. 사진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하나금융그룹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하나금융그룹 14개 계열사 가운데 절반인 7곳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올해 말 한꺼번에 끝난다. 증권·생명·손해보험·자산신탁·대체투자운용에 더해 IT·부실채권 정리 계열사까지 줄줄이 만기를 맞으면서 연말 인사가 비은행 포트폴리오 재정비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하나금융 계열사는 하나증권·하나생명·하나손해보험·하나자산신탁·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하나금융티아이·하나에프앤아이 등 7곳이다. 대표이사 명단으로는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남궁원 하나생명 사장 △민관식 하나자산신탁 사장 △정해성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사장 △박근영 하나금융티아이 사장 △강동훈 하나에프앤아이 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이호성 하나은행장과 성영수 하나카드 사장, 김용석 하나캐피탈 사장, 양동원 하나저축은행 사장 등은 올해 초 취임해 내년 말까지 임기가 남아 이번 인사 사이클에선 제외된다.

하나금융은 조만간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이들 7개사 CEO의 연임 여부와 교체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인사 결과는 12월 중순 전후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나금융의 계열사 CEO 인사는 임추위와 관계회사경영관리위원회(관경위)가 주도한다. 임추위는 이강원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원숙연·이재민 사외이사와 함영주 회장 등 4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요 관계사 CEO 후보 심사와 경영승계계획 수립을 맡는다.

과거 사례를 보면, 하나금융은 보통 10~11월 임추위를 열어 후보군을 압축한 뒤, 12월 중순 전후 CEO 후보 추천을 마무리해 각 계열사 이사회·주주총회에서 선임을 확정했다.

◆ 증권·보험 '투톱'…강성묵·남궁원·배성완 성적표 주목

이번 인사에서 증권·보험이 가장 큰 축이다. 우선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그룹 시너지부문장(부회장)을 겸하는 핵심 인사로, 하나증권 대표이사와 그룹 부회장을 겸직하며 내부 핵심 인력으로 평가된다.

보험 부문에서는 남궁원 하나생명 사장과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사장의 명암이 갈리는 모습이다. 남궁원 사장은 2024년 취임 이후 하나생명을 적자에서 끌어올렸다. 하나생명은 2023년 별도 기준 55억원 순손실에서 2024년 124억원 순이익으로 돌아서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들어서는 3분기 당기순이익이 302억원으로 전년 동기(171억원)보다 76.6% 늘어, 이미 지난해 연간 이익을 넘어섰다.

신계약 지표도 양호하다. 하나생명의 신계약률은 40.6%로 생보 22개사 중 가장 높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하나금융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순이익 기여도는 여전히 1% 안팎(0.99% 수준)에 그쳐, 비은행 축에서의 존재감 확대 과제는 남아 있다.

배성완 사장이 이끄는 하나손해보험은 '적자 축소'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하나손보는 2023년 879억원 순손실에서 2024년 말 280억원 순손실로 적자 폭을 크게 줄였고, 올해 상반기에는 162억원 순손실로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올 3분기에도 129억원 순손실을 기록해 여전히 완전한 흑자 전환에는 이르지 못했다. 5년 누적 적자 규모는 1900억원 안팎(1908억원)에 달한다.

배 사장은 취임 이후 디지털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장기보험·대면영업 중심 모델로 방향을 틀고 치매·간병보험 등 장기 보장성 상품을 확대해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원수손해율 개선과 장기보험 원수보험료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적자 기조가 길고 지급여력비율(K-ICS) 변동 등 자본적정성 관리가 과제로 남아 있어 연임 여부를 두고 시장의 전망이 엇갈린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2월 정기 인사에서 9개 관계사 CEO 후보를 추천하며 절반 이상을 교체했다. /하나금융그룹

◆ 함영주式 인사, 다시 '원팀·은행 출신' 카드 꺼낼까

함 회장의 인사 스타일도 변수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2월 정기 인사에서 9개 관계사 CEO 후보를 추천하며 절반 이상을 교체했다. 신임 CEO 7명 가운데 다수가 하나은행 출신으로 채워졌다.

앞서 함 회장은 하나UBS자산운용(현 하나자산운용) 대표로 은행 출신인 김태우 전 다올자산운용 부회장을 영입해 자산운용–증권–은행 간 자산관리(WM)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원팀' 전략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계열사 CEO 승진 공식도 주목된다. 하나금융지주 CFO는 꾸준히 계열사 사장을 배출하며 그룹 내 요직으로 자리잡았다. 2022년 이후승 당시 지주 CFO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 후보로 추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런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재무·리스크 라인 출신 인사들이 비은행 계열사 수장으로 전진배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올해는 함영주 2기 체제의 방향을 가르는 시점이다. 회장 연임 이후 첫 대규모 계열사 인사인 만큼, 하나금융이 비은행·자산관리·보험·디지털에서 어떤 그림을 그릴지, '은행 중심 그룹'에서 '복합금융 그룹'으로 얼마나 속도를 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하나금융 인사는 어느 CEO를 바꾸느냐를 넘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얼마나 손질할지 정하는 과정"이라며 "회장 인사가 이미 안정 쪽으로 정리된 만큼, 계열사에서는 연임과 교체를 적절히 섞어서 '안정 속 일부 쇄신'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함영주 회장이 그동안 은행 출신과 재무·리스크 라인을 비은행에 전진 배치하면서 이른바 '원팀' 색깔을 강하게 낸 만큼, 이번에도 완전한 물갈이보다는 그룹 그림에 맞는 퍼즐을 맞추는 식의 인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누가 새로 들어오느냐보다 어떤 조합으로 비은행 구성을 가져가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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