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손원태 기자] 롯데그룹 두 식품 계열사인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가 저성장 여파로 나란히 희망퇴직을 꺼내 들었다. 저성장 요인은 한 자릿수에 불과한 낮은 영업이익률과 동종업계와 비교해 높은 내수 의존도, 주력 사업군의 매출 감소 등이 꼽힌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4월, 롯데칠성음료는 11월에 1980년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두 회사 모두 사업 효율화와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롯데웰푸드는 최근 3년간 실적이 주춤했고,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들어 역성장을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롯데웰푸드는 올해 3분기 누계 매출이 3조196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 기간(3조737억원) 대비 4.0%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1767억원에서 32.1% 감소한 1200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3.8%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음료는 누계 매출이 3조768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3조1012억원) 대비 0.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1757억원에서 2.0% 증가한 179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롯데칠성음료 영업이익률은 전년(5.7%)과 비슷한 5.8%로 집계됐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의 최근 실적은 K-푸드 열풍과 함께 매해 호실적을 이어가는 삼양식품(22.5%)이나 오리온(16.2%) 등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2022년 롯데제과가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하면서 출범한 회사다. 이후 롯데웰푸드는 연 매출 4조원을 넘기며 CJ제일제당과 동원F&B, 대상에 이어 식품기업 네 번째로 4조 클럽에 입성했다. 그러나 롯데웰푸드 최근 3년간 연 매출을 보면 △2022년 4조745억원 △2023년 4조664억원 △2024년 4조443억원으로 좀처럼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웰푸드의 저성장 요인으로는 높은 내수 의존도가 꼽힌다. 올해 3분기 기준 롯데웰푸드의 누계 해외 매출은 수출을 포함해 8818억원이다. 이 기간 전체 매출(3조1962억원) 대비 해외 비중은 27.6%이다. 나머지 매출의 70%가 국내에서 발생하는 만큼 내수 의존도가 매우 높다. 반면 롯데웰푸드와 제과 경쟁사인 오리온은 해외 비중이 68.8%에 달한다.
롯데칠성음료 상황도 비슷하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023년 필리핀펩시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롯데웰푸드에 이어 국내 식품기업 다섯 번째로 연 매출 4조원을 돌파했다. 롯데칠성음료 최근 3년간 연 매출을 보더라도 △2022년 2조8417억원 △2023년 3조2247억원 △4조245억원으로 매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그렸다.
하지만 롯데칠성음료 연간 영업이익은 △2022년 2229억원 △2023년 2107억원 △2024년 1849억원으로 매해 감소세다. 롯데칠성음료의 수익성 악화 요인은 음료와 주류 등 주력 사업의 매출 감소다. 실제로 롯데칠성음료 3분기 누계 매출에서 음료는 전년 대비 4.6%, 주류는 7.4% 감소했다. 음료는 에너지 드링크를 제외한 탄산, 주스, 생수 등 전 분야가 역성장을 그렸다. 주류는 소주와 맥주 등 전 사업 매출이 감소했다. 특히 맥주는 4세대 맥주인 '크러시'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오히려 매출이 전년 대비 38.6% 급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대내외 경기 불황 속에서도 두 식품기업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신 회장은 카카오 원가절감을 위해 아프리카 가나를 직접 찾았고, 한국과 일본에서 공동 마케팅을 펼치는 등 '원롯데' 전략을 내보였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 연 매출 1조원 달성을 주문하며 인도에 첫 빼빼로 생산기지를 설립했다. 이어 월드콘과 돼지바 등의 빙과 생산기지를 추가로 지었다. 인도는 14억명의 인구 대국으로 제과와 빙과 신흥 시장으로 꼽힌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필리핀펩시 지분을 계속해서 취득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필리핀펩시는 필리핀 현지에만 12곳의 공장을 뒀다. 필리핀은 인구 1억명에 평균 연령이 20대 중반일 정도로 탄산 수요가 높다. 롯데칠성음료가 필리핀 시장에 공들이게 된 이유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계열사 58곳 중 3분의 1에 이르는 18곳의 대표이사를 한꺼번에 교체했다. 업계에서는 인사 태풍으로 불릴 정도로 고강도 인적 쇄신이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식품기업 이창엽(롯데웰푸드)·박윤기(롯데칠성음료) 두 전문경영인(CEO) 만큼 유임했다. 당시 롯데그룹은 두 식품기업이 추진하는 사업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3분기 수익성 감소는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 영향이다"라며 "4분기 이후로는 사업 개선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해외사업 확대로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라며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펼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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