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라진 기자] 인공지능(AI) 거품론에 주춤했던 코스피가 엔비디아의 사상 최대 실적 발표에 4000선을 회복했다.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의 약진에 힘입어 기술주 중심으로 코스피 지수가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58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0%(106.23포인트) 상승한 4035.74에 거래 중이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4046.78까지 치솟기도 했다. 외인과 기관이 각각 4003억원, 4568억원을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개인은 홀로 8519억원을 팔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급등세를 연출하는 추이다. 같은 시간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4.40% 상승한 10만750원에 거래되며 3거래일 만에 '10만전자'를 탈환했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4.09% 오른 58만5000원에 거래되며 '58만닉스'에 복귀했다.
코스피는 최근 AI 거품론에 타격을 입고 약세를 보였다. 지난 18일에는 3953.62까지 밀리며 4000선을 내주기도 했다. 그러나 19일(현지시간) 발표된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사상 최대 실적에 코스피는 단숨에 4020선을 회복한 모습이다. 엔비디아는 뉴욕증시 정규장 마감 후 지난 분기(8~10월) 매출이 570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 549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주당순이익(EPS)은 1.3달러로 역시 시장 전망치(1.25달러)를 넘어섰다.
엔비디아는 4분기(올해 11월~내년 1월)에도 성장세가 지속돼 자사 매출액이 65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블랙웰 판매량은 차트에 표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클라우드 그래픽처리장치(GPU)는 품절 상태"라며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수천억달러가 외부 파이낸싱 없이 주요 고객인 하이퍼스케일러들 자체 현금 흐름을 통해 완전히 충당되고 있다. AI의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투심을 회복시킬 강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에 따라 기술주가 강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대형주 중심의 실적 상향세는 지수 상승 모멘텀을 유지시키는 핵심 요인"이라면서 "중소형주로의 모멘텀 확산은 구조적으로 보장되기 어렵지만, 실적추정치 상승이 지속되는 구간에서는 지수의 모멘텀 역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 주간 AI 버블 우려가 확산되며 기술주 전반의 긴장감이 고조됐으나, 엔비디아의 견조한 분기 실적과 가이던스를 통해 시장과 기술주 섹터의 투자심리를 신속하게 회복시킬 강한 모멘텀이 확인됐다"며 "이번 엔비디아의 실적과 가이던스는 연말까지 기술주 상승 흐름을 다시 점화할 만큼 강력한 수준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버블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 이번 결과는 AI 혁명 논리를 다시 한 번 검증하는 중요한 근거라고 할 수 있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