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인데 작은 차는 안 탄다"…국내 경차 '역대 최저' 직면, 왜?


신차 10만대 시대 무너진 경차
"경기 침체 등으로 중고차로 수요 이동"

20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0월 경차 판매량은 6만968대로 전년 동기(8만3883대) 대비 27.3% 감소했다. 레이EV /기아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올해 국내 경차 판매량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불황기에는 통상 유지비 부담이 적은 경차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 침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도 판매 감소폭이 더 커졌다.

20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0월 경차 판매량은 6만968대로 전년 동기(8만3883대) 대비 27.3% 감소했다.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판매량은 7만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차 판매는 2022년 13만3023대, 2023년 12만3679대로 두 해 연속 10만대를 넘겼지만 지난해 9만8743대로 처음 10만대 선이 무너졌고 올해는 이보다 더 줄어든 상태다. 판매 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장에 남아 있는 국산 경차 선택지도 많지 않다.

현재 판매되는 모델은 현대차 캐스퍼, 기아 레이·레이EV, 모닝 등 네 차종뿐이다. 한때 주력 모델이었던 쉐보레 스파크가 지난해 단종되면서 경차 라인업이 더욱 좁아졌다.

완성차 업계는 경차의 낮은 대당 마진을 이유로 신차 개발에 신중한 분위기다. 경차는 편의사양을 추가할수록 원가 부담이 커지지만 가격 인상폭은 제한적이어서 채산성이 낮다. 미국 관세 등 대외 변수까지 겹치며 제조사들이 영업이익률 관리에 집중하자 경차는 자연히 개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2021년 캐스퍼, 2023년 레이EV 이후 국내에서는 새로운 경차가 출시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 캐스퍼. /현대자동차

실제 2021년 캐스퍼, 2023년 레이EV 이후 국내에서는 새로운 경차가 출시되지 않았다. 캐스퍼는 초기 연 3만대 이상 판매되며 경차 시장을 이끌었지만 올해 1~10월 판매량은 6725대로 줄었다. 신차 공급이 정체된 가운데 기존 모델의 판매 둔화가 이어지며 경차 전체 판매 감소로 연결된 모습이다.

반면 중고차 시장에서는 경차가 거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중고차 실거래량 기준 톱5 가운데 모닝이 3만3897대로 1위, 스파크가 3만424대로 2위, 레이가 2만5622대로 4위에 올랐다. 주요 경차가 모두 상위권에 포진하며 중고차 시장에서 높은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영중고차 플랫폼 케이카 자료에서도 경차 중고차 수요 확대가 확인된다. 연도별 경차 거래량을 보면 2024년은 2023년 대비 41.3% 증가했고, 2025년 예상치 역시 2023년 대비 14.7% 높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케이카 측은 대부분의 경차 모델이 최근 3년간 거래량 증가세를 보였으며, 올해는 모닝만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며 자동차 구매 부담이 커진 점도 경차 신차 수요 약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경차 시장 부진은 경기 침체 영향이 크다"라며 "경차를 찾는 고객층이 신차보다 중고차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신차 판매가 유독 큰 폭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면 경차 수요는 앞으로도 신차보다 중고차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경차 구매층은 경기·고용 충격에 민감해 최근 1~2년 사이 중고 경차 수요가 더 빠르게 늘며 신차 감소폭이 커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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