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엔씨소프트의 대형 신작 MMORPG '아이온2'가 출시 직후 이용자 반응이 엇갈린 가운데 실적 반등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이온2는 전날 0시 정식 서비스 이후 이용자 기대와 불만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일부 서버에서는 수천에서 1만명 수준의 대기열이 발생하며 접속 지연과 캐릭터 생성 제한 등 불편 사항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접속 혼선은 이용자 관심이 뜨겁다는 증거이지만 빠른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아이온2는 지난 2008년 출시돼 PC방 160주 연속 1위를 기록한 원작 '아이온'의 후속작이다. 언리얼 엔진5를 기반으로 개발됐고 그래픽, 비행·수영 등 입체 이동 요소, 후판정 기반 수동 전투 시스템을 내세우며 원작의 정체성을 확장했다. 엔씨는 이번 신작을 통해 '정교한 MMORPG 개발사' 이미지를 다시 굳히겠다는 전략을 내비쳤다. 모바일 MMORPG 시장 침체, 리니지 IP 의존 구조 등 엔씨의 과제를 해결할 목적성도 띄고 있다.
아이온2는 엔씨가 지난 2년간 이어온 실적 침체 흐름을 끊어낼 핵심 카드로 거론돼 왔다. 엔씨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3년 4분기부터 신작과 모바일 게임의 부진과 해외 매출 둔화가 겹치며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약 3600억원, 영업손실은 7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대비 매출액이 10%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를 유지했다.
출시 전 기대감은 높은 편이었다. 지난 13~16일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2025' 현장에서는 100석 규모 체험존에 최대 4시간 이상의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시연을 마친 이용자들은 "초기 MMORPG 감성을 잘 살렸다", "비행 전투 타격감이 개선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행사 개막 무대에는 김택진 엔씨 CCO(최고창의력책임자) 대표가 올라 아이온2를 비롯한 신작 계획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식 서비스 이후 분위기는 다소 달라졌다. 접속폭주로 인한 대기열, 캐릭터 생성 제한, 접속 오류 등이 발생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초기 대응이 기대보다 아쉽다"는 의견도 공유됐다. 엔씨는 이날 오후 이용자를 대상으로 긴급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사과를 전했다. 소인섭 사업실장과 김남준 아이온2 개발 PD가 직접 출연해 발생한 문제들의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임시 점검을 통해 순차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공지사항을 통해 "실제 운영 중인 대기 인원은 정상 규모로 관리되고 있으나, 화면에는 수만 단위로 과도하게 표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안내했다.
아이온2에 대한 시장 반응도 녹록지 않았다. 출시 당일인 지난 19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19만1700원으로 전일 대비 14.6% 하락한 금액으로 마감했다. 시가인 21만500원보다 약 2만원 떨어진 수치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기대감을 유지하고 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타격감과 조작감 완성도가 높아 흥행 가능성이 있다"며 목표주가 43만원을 제시했고,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흥행 시 폭발적 이익 성장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초기 반응이 혼재된 가운데 아이온2는 기존 엔씨 작품과 게임 설계 방식 등 색다른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이온2는 PC 기반 플레이를 중심에 두고 모바일은 보조 구조로 설계됐다. 확률형 과금 모델 비중을 낮추겠다는 메시지도 강조했다. 이용자 피로감과 시장 여론을 고려한 방향성으로 해석된다.
아이온2가 내년부터 본격 공개될 엔씨 신작들의 성패를 가늠할 첨병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엔씨는 슈팅, 서브컬처, PC·콘솔 기반 타이틀 등 다수의 신규 라인업을 준비 중이며, 외부 개발사 투자, 퍼블리싱 계약 확대, 해외 IP 협업 등 사업 모델 확장도 꾀하고 있다. 기존의 독자 개발 중심 체계를 벗어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업계는 향후 서버 안정화 속도, 이용자 잔존율, 콘텐츠 업데이트 주기, BM 운영 방식 등을 아이온2의 과제로 꼽는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이온2가 엔씨의 중장기 성패를 가를 중요한 신작인 것은 분명하다"라며 "초기 운영 방향과 업데이트 대응이 향후 평가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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