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회장 선거, '현직 정보 독점' 논란…공정성 시비 커진다


19일 후보 서류 접수 마감…서유석·황성엽·이현승 3파전
후추위·이사회 역할 '주목'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왼쪽부터) 서유석 현 회장과 이현승 KB자산운용 전 대표,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의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각 사 제공

[더팩트|윤정원 기자] 금융투자협회 차기 회장 선거가 현직 회장에게만 있는 핵심 정보 독점 문제로 초반부터 불공정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선거가 사실상 '서유석 지지 모임' 성격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투협 차기 회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이날 오전 출마 지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서유석 금투협 회장,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 이현승 KB자산운용 전 대표 등 3명이 지원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정영채 메리츠증권 상임고문(전 NH투자증권 사장)은 고심 끝에 출마를 포기했다.

앞서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와 이현승 KB자산운용 전 대표는 올해 하반기 들어서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정보 접근 제한으로 인해 '깜깜이' 선거운동을 할 수밖에 없기에 일찌감치 출마 의향을 내비친 셈이다.

황성엽 대표는 1987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38년째 한 회사에 몸 담아온 인물이다. 현직 사장으로서 자본시장 CEO 모임의 회장을 맡는 등 네트워크가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 대표는 증시와 연금시장의 비약적 발전, 국회·금융당국과 긴밀한 소통을 통한 정책 제안자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현승 전 대표는 32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관료 출신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재정경제부 등을 거쳤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에서 쌓은 CEO 경력도 15년에 달한다. 이 전 대표는 회원사 신사업 진출 지원과 당국 심사 부담 경감을 위해 '금융투자 인가지원센터' 설립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면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지원서 접수 마감 이틀 전인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재임 도전 계획을 발표했다. 서유석 회장은 금투센터 회장실이 아닌 제3의 공간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선거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1988년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에 입사한 후 미래에셋증권 마케팅본부장, 리테일사업부 대표, 퇴직연금추진부문 대표 등을 거쳤다. 2010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장, 2016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23년에 금투협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2009년 협회 설립 이후 최초로 연임에 도전하는 인물로, "새 정부의 시장 친화 정책으로 큰 변화가 시작된 만큼 리더십의 연속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유석 회장은 현 임기 동안 △'4000피' 증시 호황 지원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인가 성사 △디지털 자산 입법 진전 △디딤펀드 출시 등 성과를 내세우고 있다. 조만간 선거 공약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회원사별 투표권 비중 △회원사의 주소와 대표 연락처 △금투 임직원이 작성한 업계 현안 보고서 등 현직 회장이 갖춘 세 가지 핵심 정보가 선거 초반 판세를 결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불거진다. 회원사 규모와 회비에 따라 차등 부여되는 투표권 때문에 대형 증권·자산운용사의 의중이 판세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후추위와 금투 이사회가 후보 서류 접수 직후 현직 회장 독점 정보 문제를 해소할 방안과 연임 도전에 따른 직무대행 선임, 국회와 금융당국 대관 협력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인다. 이를 소홀히 할 경우 불공정 시비를 잠재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자본시장 정책 추진 속도가 달라질 수 있으며, 업계 전반의 이해관계와 향후 규제 환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핵심 정보가 없는 후보는 전략적·효율적 선거운동이 불가능하며, 회원사 체감 역시 떨어진다. 현직 회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라고 꼬집었다. 현재 금투협 측에서는 "선거에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금투협 후추위는 제출된 서류를 검토한 뒤 다음 달 초 면접을 진행해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을 압축할 예정이다. 최종 회장은 12월 중순 열리는 금투협 총회에서 회원사 비밀투표로 선출된다. 차기 회장 임기는 2025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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