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손원태 기자]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사업을 영위하는 CJ CGV가 극장을 찾는 관객이 줄어들면서 본업이 흔들리고 있다. CGV는 모회사 CJ그룹의 IT 계열사인 CJ 올리브네트웍스를 자회사로 품고 재무개선에 속도를 냈지만 실적 부진으로 부채비율마저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이에 CGV는 특별관 사업에 힘을 기울이면서 실적 개선에 기대하는 모습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GV는 올해 3분기 멀티플렉스 사업 누계 매출이 1조613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1조1244억원) 대비 5.6% 감소했다. 최근 3년간 CGV 멀티플렉스 사업 매출은 △2022년 1조2308억원 △2023년 1조5004억원 △2024년 1조4764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2023년 극장이 활기를 되찾았으나 이듬해 다시 고꾸라졌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영화관람권이 1만원을 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부쩍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 또한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면서 극장에 타격을 줬다. 극장에서 개봉할 영화들이 대거 OTT로 넘어가게 되면서 정작 극장은 상영할 영화조차 찾기 어렵게 됐다.
실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조사를 보더라도 최근 3년간 극장을 찾은 국내 관람객 수는 △2022년 1억1281만명 △2023년 1억2514만명 △2024년 1억2313만명을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내 관람객 수도 8504만명으로 전년 동 기간(1억313만명) 대비 17.5% 감소했다. CGV 멀티플렉스 사업과 비슷한 흐름이다.
이처럼 CGV는 본업인 멀티플렉스 사업이 흔들리면서 수익성마저 악화하고 있다. 3분기 기준 CGV는 멀티플렉스 사업에서 영업손실 93억원을 썼다. 이에 CGV는 임차료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 한해에만 파주 야당점과 북수원점, 송파점, 창원점 등 국내 12곳의 극장을 정리했다. CGV가 현재 운영 중인 국내 극장 현황도 △2023년 199개 △2024년 196개 △2025년 3분기 184개로 감소세다.
CGV는 지난 2023년 8월 모회사 CJ그룹 IT 계열사인 CJ 올리브네트웍스를 자회사로 인수하며 재무개선에 속도를 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3년 상반기 부채비율이 1044.8%로 치솟게 되면서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조치였다. CGV는 신주 7470만 주(주당 5560원)를 발행해 유상증자로 4153억원을 확보했다. 이후 CJ그룹은 CJ 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00%(1412만8808주)를 현물 출자했다. 당시 CJ그룹이 보유한 CJ 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 감정가액은 4444억원이다. CJ그룹은 이를 CGV가 발행한 신주 4314만7043주와 맞바꿨다.
이로써 CJ 올리브네트웍스는 CGV 자회사로 들어갔고 CJ그룹 손자회사로 재편됐다. CJ그룹의 CGV 보유 지분도 2023년 상반기 4113만4270주(33.6%)에서 2025년 현재 8428만1313주(50.9%)로 증가했다. 당시 CGV가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지분가치를 희석한다는 주주들의 반발을 불렀으나 결과적으로 CGV 부채비율은 2023년 상반기 1044.8%에서 2024년 하반기 593.1%로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올해 3분기 본업인 멀티플렉스 사업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부채비율은 700.9%로 다시 치솟았다. CGV로서는 멀티플렉스 사업의 실적 개선 없이는 외형과 내실 둘 다 놓칠 수 있다.
CGV가 미래형 극장으로 기대를 걸고 있는 특별관 사업도 최근 콘텐츠 기근으로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앞서 CGV는 지난 2009년 1월 세계 최초로 오감 체험 특별관인 '4DX'를 선보였다. 이후 CGV는 지난 2013년 1월 다면 스크린 상영관인 'SCREENX'를 공개했다. CGV는 특별관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면서 올해 1월에도 천장까지 스크린을 확대한 상영관을 내놓았다.
CGV의 특별관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는 CJ 4DPLEX로 현재 4DX는 전 세계 70개 국가에서 774개 스크린, SCREENX는 전 세계 48개 국가에서 443개 스크린을 두고 있다. 이처럼 CGV 특별관 사업의 글로벌 수요가 높아지면서 CJ 4DPLEX 최근 3년간 매출은 △2022년 1090억원 △2023년 1247억원 △2024년 1232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들어 CGV의 특별관 사업조차 역성장을 나타낸 것이다. 다만 올해 3분기 특별관 사업 누계 매출은 전년 동 기간(830억원) 대비 9.0% 증가한 905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CJ 4DPLEX가 실적 개선에 전방위로 나선 CGV의 구원투수가 될지 주목된다.
정종민 CGV 대표는 "3분기에는 동남아 극장 사업의 성장세가 지속되는 속 글로벌에서 주목받고 있는 CJ 4DPLEX의 확산 활동에 주력했다"며 "4분기에는 글로벌 흥행이 기대되는 대형 콘텐츠가 개봉하는 만큼 특별관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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