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힘주는 K-제약바이오…"적자 감수한 공격 투자로 성과"


기술 수출 18조원 돌파…셀트리온·삼성까지 대규모 개발 투자 가속
벤처 자금난·법차손 규제는 부담…"지속 가능한 생태계 필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연구개발(R&D) 투자는 대폭 늘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행보가 신약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시스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늘리며 신약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업계는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공격적 R&D'에 나서는 기업이 늘었고, 대기업 계열사까지 개발 역량을 확장하면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체질 변화가 가속하는 흐름이라고 평가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기업뿐 아니라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리가켐바이오 등 코스닥 상위 바이오 기업들도 R&D 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16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민관 합동회의에서 "내후년에는 R&D 비용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삼성과 셀트리온이 본격적으로 개발에 나서면 산업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6000억원 수준이던 R&D 비용을 내년 8000억원, 이후 1조원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의 올해 3분기 누적 R&D 비용은 35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9% 증가했다. 매출 대비 비중은 12.47%다. 회사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며 미국·국내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고, 최근 미국 바이오텍 카이진으로부터 자가면역질환 항체 신약 후보 2종을 도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연구개발 투자 확대가 두드러진다. 3분기 R&D 비용은 3429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신설된 바이오 투자 지주사 삼성에피스홀딩스는 기술 플랫폼 개발 기업 에피스넥스랩 설립을 통해 신약 개발 체제를 강화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ADC 파이프라인 확보에 나서는 등 바이오시밀러 중심에서 신약 개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 전통 제약사들도 R&D 비중을 높였다. 한미약품은 3분기 1691억원, 종근당은 1264억원, JW중외제약은 749억원, 보령은 480억원을 각각 투자하며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녹십자와 HK이노엔도 소폭 증가한 반면 유한양행과 대웅제약은 각각 20.6%, 7.0% 감소했다.

기술수출로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코스닥 바이오 기업들은 장기간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R&D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렸다. 알테오젠의 R&D 비용은 2022년 462억원에서 지난해 553억원으로,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512억원에서 745억원으로 증가했다. 리가켐바이오는 같은 기간 511억원에서 1133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이들 기업은 개발 성과가 본격화되며 기술수출과 단계별 기술료 수익이 확대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GSK·일라이릴리와 연이어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계약금만 1300억원가량을 확보해 연내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알테오젠은 ALT-B4 플랫폼을 기반으로 머크·아스트라제네카 등과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리가켐바이오도 얀센·오노약품과 체결한 계약금·마일스톤 유입으로 적자 폭을 대폭 줄였다.

올해 K-바이오 기술수출 규모는 18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술수출 건당 평균 계약 규모는 약 1조2000억원으로, 2021년 대비 2.6배 성장한 수치다. 업계는 "적자를 감수한 공격적 R&D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중소·비상장 바이오 벤처의 자금난이 심화하는 점은 업계의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폐업 기업 증가와 함께 임상 위탁사업(CRO) 수요까지 위축되며 생태계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R&D 투자와 기술수출 성과가 이어지려면 정부의 마중물 역할이 필수"라며 "규제 개선과 자금 생태계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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