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저우=황지향 기자] 지난 12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 도심. 유동 인파와 높은 빌딩이 즐비한 거리 한가운데 거대한 'D' 로고가 새겨진 유리 외벽 건물이 눈에 띈다. 이곳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의 체험형 전시관 '디스페이스'다. 단순한 자동차 전시장이 아니라 전기차 기술과 브랜드 철학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복합문화공간이다.
약 2억위안(약 380억원)을 투입해 조성된 디스페이스는 총 4층, 연면적 1만5000㎡ 규모로 꾸며졌다. 과학 전시관, 판매 전시장, 기술 체험 구역으로 구성돼 있으며, BYD가 중국 내에서 처음 선보인 체험형 공간이다. 지난해 10월 개관 이후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디스페이스 1층은 BYD의 역사와 전동화 흐름을 주제로 구성됐다. 입구에는 진나라 마차 모형을 비롯해 증기기관차, 초기 내연기관차가 순서대로 전시돼 이동수단의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 이어 LED 스크린에는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내연기관차 판매 종료 시점이 표시돼 있다. 한국과 영국 2030년, 독일·일본 2035년 등 주요국 목표 시점이 정리돼 있었고, 프랑스는 2040년, 중국은 2060년으로 설정돼 있었다. 한쪽에는 풍력과 수력 에너지 모형이 설치돼 관람객이 직접 손잡이를 돌려 전기를 만들어보는 체험도 가능했다.
이 구역은 단순히 기술의 진보를 소개하기보다 에너지 전환의 시대적 변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벽면에는 BYD의 주요 연혁이 연도별로 정리돼 있다. 2005년 첫 양산형 모델 F3, 2008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세단 F3DM, 이후 전기 MPV E6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이후 BYD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왕조, 해양, 팡청바오, 덴자, 양왕 시리즈를 선보였다. 각 브랜드의 로고와 디스플레이는 하나의 벽면에 나란히 배치돼 있으며 통일된 암석 질감 위로 조명이 각기 다른 색으로 비춰 브랜드별 개성을 드러냈다.
같은 층 한쪽에는 BYD 주요 차종이 전시돼 있었다. 방문객들은 차량 외관을 살펴보고, 시트에 앉아보며 전시장 직원에게 상담을 받기도 했다. 단순히 기술 전시가 아닌 '판매와 체험이 결합된 공간'으로 꾸려진 점이 눈에 띄었다.
2층으로 이동하자 금속 질감으로 꾸며진 전시장에 실제 생산 공정을 재현한 설비가 설치돼 있었다. 로봇 팔이 차체를 용접하는 장면이 구현돼 있고, BYD의 핵심 기술인 블레이드 배터리 구조와 e-플랫폼, DM-i·DM-p·DMO 시스템이 시각화돼 전시됐다. 벽면에는 휠과 모터, 배터리를 연결하는 전력 흐름이 붉은·푸른 LED로 표시돼 구동 구조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다. 또 수중 주행, 충돌 시험, 극한 내구 테스트 등 22단계 품질 검증 과정을 영상으로 소개하는 구역도 마련됐다.
같은 층 한쪽에는 디자인 철학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이어진다. 왕조 시리즈는 중국 전통 도자기의 색에서, 양왕 시리즈는 대자연의 보석빛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설명과 함께 실제 도자기와 광석 모형이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유약의 은은한 흰빛과 광물의 투명한 자색이 각 차량의 외장 색상 콘셉트와 대응되며, 관람객은 시각적으로 색의 출처를 체험할 수 있다.
시리즈별로 차량 인테리어 향기를 구현한 구역도 있다. 각 브랜드존 앞의 디스플레이에 손을 가까이 대면 하단 송풍구에서 해당 시리즈의 향기가 은은하게 분사됐다.
어린이 체험존인 '주니어 엔지니어 워크숍'에는 미니 전기카트 트랙이 설치돼 있다. 아이들이 직접 전기카트를 조종하며 구동 원리를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또 다른 구역에는 BYD의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의 신형 SUV N8L이 전시돼 있었다. 이 모델은 현지에서 최근 출시된 차량으로, 관람객이 자유롭게 탑승해 실내 디자인과 편의 사양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3층은 BYD의 기술력과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특허 전시존으로, BYD가 확보한 신에너지차 관련 특허와 수상 실적이 수치로 제시돼 있다. '중국 신에너지차 금상 49건, 등록 특허 5만9000건, 발명 특허 3만5000건 이상'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배터리 제조 8대 공정을 투명한 전시 구조물로 구현했다. 각 공정 단계마다 영상과 실물 모형이 배치돼 제작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구역 한편에는 'DMO 하이브리드 플랫폼' 실물이 설치돼 있다. 차량 하부 구동계와 배터리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으며, 전력 흐름이 파란 조명으로 투사돼 작동 원리를 설명한다. 시뮬레이션 체험존에서는 BYD의 '클라우드 서스펜션' 기술이 가상 주행 형태로 시연된다. 운전석에 앉은 관람객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도시 도로를 주행하는 장면을 체험하며 노면 예측과 차선 인식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BYD의 고급 브랜드 양왕의 플래그십 세단 U7도 만나볼 수 있다. 검은 차체를 두 번 두드리자, 문이 자동으로 열렸고, 실내 버튼으로 부드럽게 닫히는 파워클로징 기능이 작동했다. 내부는 수평형 대형 디스플레이와 중앙 터치스크린이 연결된 구조다.
4층은 과학기술 탐구 공간으로 꾸며졌다. 연구 학습 교실, 과학 교육 상호작용 공간, 기술 체험 공간, 공유 회의실 등 4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계획됐다.
BYD 관계자는 "중국은 지금까지 차량 판매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지만, 이제는 브랜드 철학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정저우는 중국의 중앙에 위치한 교통 요충지로 전국 어디서든 접근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스페이스를 통해 친환경 기술과 브랜드 철학을 더 많은 소비자들이 직접 경험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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