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한미가 관세·안보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확정해 공개한 가운데, 완성차 업계는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15%로 확정되면서 불확실성이 걷힌 점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한미 협력 분야를 구체화한 조선업계는 '수익성' 창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8월과 2025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일정이 있었던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에서 합의한 내용이 담긴 조인트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와 그 부품에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하는 점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우선 올해 초부터 존재한 불확실성이 걷힌 상태다. 아울러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업체와의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게 됐다고 본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해 주신 정부에 감사드린다"라며 "앞으로도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고, 품질·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올해 3분기에 미국 관세로 인해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1조8212억원, 1조2340억원 등 비용이 발생했다. 15% 관세는 국회에 제출된 달 1일부터 소급해 15%를 적용할 예정으로, 조만간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4분기부터 관세 인하 효과가 나타나 내년부터 관세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으로 본다. 팩트시트에는 미국산 자동차 제작사별 연간 5만대 상한은 폐지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지난해 미국산 수입 대수가 5만대 이하라,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사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등의 생산 확대로 대응할 수 있으나, 부품사는 현지 생산 시설이 없어 고민이 컸다.
조선업계는 한미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사업에 의욕을 드러냈다. 대미 투자 3500억달러 중 1500억달러는 한미 조선 협력에 쓰일 예정이다. 특히 한국 내에서 미국 선박 건조가 포함되면서 국내 조선소는 분주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투자와 함께 거제조선소 확장으로 마스가로 인해 발생할 수요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투자·확장은 물론 지역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제조선소 기술·역량을 미국 필리조선소 등 현지에도 접목해 최고의 한미 안보 파트너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한화는 미국 조선업 재건 소요에 맞춰 조선소 추가 투자를 통해 상선은 물론 추후 함정 건조 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갖출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HD현대도 실력을 보이며 수익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HD현대 관계자는 "팩트시트 확정으로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HD현대는 글로벌 1위 조선사로서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핵추진잠수함 건조가 한국에서 이뤄지는 점에 협의가 이뤄지면서 한화와 HD현대 등은 국내 생산 시설 투자에 신경 쓸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내 조선업계는 논의를 거쳐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항공업계는 항공기와 항공기 부품 등에 15% 관세가 폐지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대한항공은 지난 8월 발표한 360억달러 규모 보잉 항공기 103대 구매 계약을 포함해 올해 총 150대 이상을 구입하기로 한 상태다.
보잉으로부터 항공기 도입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서 성장동력 확보와 한미 협력 보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선제적 대규모 항공기 투자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한미 양국 간 상호호혜적 협력에도 이바지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철강·알루미늄 관세 50%는 계속 적용된다. 이에 포스코그룹과 현대차그룹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미국 현지 전략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전기로 일관제철소 건립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여기에 포스코그룹은 함께 하기로 했다.
아울러 포스코그룹 자체적으로 미국 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맺었다.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조강 생산량 기준 미국 2위 업체로, 포스코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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