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LG그룹이 조만간 정기 인사를 단행한다. 앞서 삼성과 SK가 인사 방향을 '변화'로 정하면서 이러한 기조가 LG에서도 나타날지 재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동안 2인 체제로 유지된 LG그룹 부회장단이 확대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달 안에 사장단·임원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11월 마지막 주에 인사 명단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지난해의 경우 11월 21일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그간 LG그룹은 대체로 '안정 속 변화'의 인사 기조를 가져갔다.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기존 리더십의 지속성을 보장하면서도 미래 준비를 가속화하기 위한 세대교체를 동시에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큰 틀에서 이러한 방향성은 올해도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정 영역에서는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차세대 리더를 과감히 발탁하는 구광모식 인사 색채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의 경우 안정과 변화를 모두 추구하는 가운데, 어느 쪽으로 무게추가 조금 더 기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은 계열사 위주로 소폭의 변화만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변화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지난해 경영진 대부분을 유임하고 전체 승진 규모(121명)도 전년 대비 줄여 올해는 인사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구광모 회장이 인공지능 전환(AX) 가속화 방안을 지속해서 고심해 왔다는 점에서 이를 가속화시킬 젊은 인재를 대거 전진 배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구 회장은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과감히 인재를 발탁,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조직 내 역동성을 강화해 왔다.
다른 기업 인사에서도 '변화'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특히 주요 사업 영역에서 LG와 함께 언급되는 삼성과 SK가 '쇄신 인사'를 선택한 분위기다.
앞서 삼성전자는 임시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사업지원TF를 상설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 2인자'로 불린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이에 추후 이뤄질 사장단·임원 인사의 키워드 역시 변화와 쇄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그룹은 지난달 말 사장단 인사를 통해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이와 함께 1970년대생 임원 5명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젊은 사장단으로 새 진용을 꾸렸다.
주요 계열사 중에서는 현재 SK텔레콤만 인사를 단행한 상태다. 회사는 전체 임원 규모를 30% 가까이 줄이고 통신(MNO)과 인공지능(AI) 등 핵심 사업부를 중심으로 조직 체제를 재구성하는 등 고강도 쇄신에 나섰다.
재계는 이번 LG그룹 인사와 관련해 '2인 부회장' 체제의 변화 여부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LG그룹은 지난 2018년 구 회장 취임 당시 '6인 부회장' 체제였으나, 세대교체 과정을 거쳐 '3인 부회장단'을 구축했다. 이후 2023년 그룹 2인자로 통했던 권영수 부회장이 용퇴하며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권봉석 ㈜LG 부회장 등 '2인 부회장'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
부회장 후보군은 지난해와 유사하다.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지속해서 물망에 오른다. 각각 1962년, 1961년생으로 이미 60대에 들어섰고, 무엇보다 사업 결과물이 나쁘지 않다. 조 사장은 가전·TV를 넘어 B2B(전장·냉난방공조), 구독 등 수익 구조 다변화 및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서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 사장은 OLED 중심의 사업 체질 전환을 통해 적자의 늪에 빠진 LG디스플레이를 구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밖에 문혁수 LG이노텍 부사장의 사장 승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 부사장은 기술 전문성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지난 2023년 연말 인사를 통해 LG이노텍 CEO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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