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문은혜 기자] 지난해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빚은 위메프가 결국 파산하며 10만명이 넘는 피해자를 양산한 가운데 현재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날이 갈수록 유동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인가 전 M&A도 난항을 겪고 있어 결국 청산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이 오는 12월 29일로 연장됐다. 당초 지난 6월 3일이었던 제출 기한은 총 다섯 차례나 미뤄졌다.
홈플러스는 현재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말 하렉스인포텍, 스노마드 등 두 곳으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했다. 인수의향을 밝힌 두 기업은 오는 21일까지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26일까지 최종 입찰제안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몸값만 4조원에 달하는 홈플러스를 두 기업이 인수할 여력이 있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
하렉스인포텍은 2000년 설립된 AI 핀테크 기업으로 모바일 금융결제 서비스인 유비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3억원, 영업손실액은 33억원으로 집계됐다. 스노마드는 2007년 설립된 부동산 임대·개발업체로 지난해 매출액 116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총 부채가 1375억원인 반면 총자본은 222억원에 불과해 부채비율이 61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두 곳 모두 유통 경험이 전무해 홈플러스 인수시 시너지 여부가 불분명한데다 인수자금 조달 방안에 대한 의문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농협이 홈플러스 인수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홈플러스는 연간 1조8800억원 규모의 국산 농축산물을 판매하며 5만여 농어가가 납품하는 유통망"이라며 "농협이 인수에 나설 경우 농민 판로 보호와 물가 안정, 지역경제 유지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농협은 홈플러스 인수에 부정적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지난달 국감에서 "농협유통과 하나로유통이 연간 400억원씩 800억원 적자가 나고 직원 200명 이상을 구조조정했다"며 홈플러스 인수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실적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할 수 있는 업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홈플러스 자금난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전기요금 체납에 이어 종합부동산세, 부가가치세, 지방세, 재산세 등 미납한 세금도 7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 절차 신청 이후 매출 감소, 대금정산 주기 단축 등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대규모 판매자 대금 미정산 사태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위메프까지 결국 지난 10일 파산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위메프 파산에 따른 미정산, 미환불 피해자만 10만8000여명, 피해 규모는 5800억원에 달한다.
민주노총은 홈플러스가 끝내 인수자를 찾지 못해 파산하게 될 경우 직접고용 2만명, 간접고용 8만~9만명 등 총 1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될 뿐만 아니라 1800여 납품업체와 8000여 입점업체의 줄도산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의 우려에 정부도 홈플러스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경제부처 예산 심사에서 "홈플러스 사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관계부처와 협조해 필요한 지원과 점검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