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케이뱅크가 세 번째 상장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지난 10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제출했고, 목표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서는 등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연속 철회 이후 케이뱅크가 이번엔 IPO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몸값(밸류) 협상, 업비트 제휴 의존도 등은 넘어야 할 관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10일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를 완료했다. 예심 통과 후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한다.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삼성증권이다. 거래소 예심은 통상 최대 45거래일 안팎이 걸리며, 보완 요구시 연장될 수 있다. 이번 일정이 가시화되면 2022년 첫 시도 이후 지연됐던 상장 프로젝트가 사실상 '막판 스퍼트' 국면에 들어간다.
케이뱅크는 2016년 1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설립돼 2017년 4월 영업을 시작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총자산은 29조5319억원, 자기자본은 2조1823억원이다. 2024년 당기순이익 1281억원으로 첫 '연간 1000억대' 흑자를 기록했다. 2025년 상반기 순이익은 842억원, 2분기 682억원으로 분기 최대를 기록했다.
상장 환경은 과거 두 차례 시도 때보다 우호적이다. 코스피는 10월 말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한 뒤 등락을 거쳐 지난 10일 다시 4000선을 회복했다. 배당소득세 인하 논의, 정책 모멘텀, 반도체 사이클 회복 등이 겹치며 '리스크 온'이 유입된 결과라는 평가다. 지수 레벨·수급이 받쳐주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수요예측 참여 의향도 되살릴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이번 도전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불리는 배경은 분명하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FI와의 주주계약에 '2026년 7월까지 상장' 조항이 담겨 있고, 기한 내 상장 불발 시 2026년 10월까지 드래그얼롱(동반매각)·풋옵션 행사 가능성이 열려 있다.
앞서 케이뱅크는 2023년 2월, 2024년 10월에 상장을 추진했다가 증시 부진과 투자심리 위축 등을 이유로 잇달아 철회했다. 2024년 계획 당시 공모가 밴드는 9500원~1만2000원, 최대 조달액 약 9840억원(구주+신주 합산) 수준으로 제시됐으나 실행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재도전은 이전 밸류 논란을 의식해 PBR(주가순자산비율)과 할인율을 조정하는 '가격 현실화'가 핵심 협상 포인트로 거론된다. 공모 예정주식 6000만주, 구주 매출 비중은 약 50%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 구조는 예심·증신서 제출 과정에서 변동 가능하다.
펀더멘털은 '외형 확장+흑자 정착'으로 요약된다. KT의 3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케이뱅크 수신 잔액은 30조4000억원, 여신 잔액은 17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5%, 10.3% 성장했다. 고객 수는 지난달 1500만명을 넘어섰다.
건전성 지표도 개선세다. 2분기 연체율은 0.59%로, 1분기 말(0.66%)보다 0.07%포인트(p) 낮아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같은 기간 0.61%에서 0.51%로 하락했다.
재무구조·주주 구도도 상장 성공의 핵심 변수다. 최대주주는 KT 자회사인 비씨카드(지분 약 34%)로, 케이뱅크 IPO 지연은 비씨카드 재무에도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상장이 성사되면 비씨카드·FI의 엑시트(부분 혹은 단계적 회수) 압력도 완화될 수 있다. 다만 지배구조와 보호예수(락업) 설계, 구주매출 비중은 기관투자가의 '확약' 기간과 직결돼 수요예측 흥행을 좌우할 전망이다.
마이너스 요인으로는 업비트 실명계좌 제휴 의존도가 거론된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의 실명계좌 제휴를 2026년 10월까지 1년 연장했지만, 가상자산 사이클 변동성이 수신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점검하는 대목이다.
앞서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은 지난해 10월 IPO 추진 간담회에서 업비트 예치금 비중이 2021년 말 53%에 달했지만, 지난해 6월말 기준 17% 수준까지 내려갔다고 언급했다. 또 단기금융집합투자기구(MMF)와 국공채 등 안정적인 운영처에만 한정해 운영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직접 비교 대상인 카카오뱅크의 주가 부진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스피 강세에도 카카오뱅크 주가는 6월 이후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지난 6월 2일부터 지난 10일까지 7.65% 하락했다.
케이뱅크가 제시하는 기업가치가 여전히 4조원~5조원대 이상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으나 이는 PBR의 2.5배에 달한다. 비교그룹인 카카오뱅크의 1.6배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는 카카오뱅크 대비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FI가 4조원대 기업가치를 고수할 경우 수요예측 부진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케이뱅크의 몸값 산정에 보수적 접근이 불가피할 것이란 해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업비트 의존도는 예전보다 줄었지만 수신 변동성은 끝까지 체크 포인트"라며 "수요예측 부진을 피하려면 FI가 공모가 산정에 보수적인 접근을 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상장을 통해 영업 기반을 강화함으로써 SME 시장 진출 등 생산적 금융 확대, AI 전환, 디지털자산 리더십 강화, 포용 금융 실천에 힘쓸 계획"이라며 "철저한 준비로 상장을 통해 올바른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