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석유화학 업계가 3분기에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고부가가치 제품(스페셜티)을 앞세운 기업들이 실적을 방어했다. 저가 물량공세를 퍼붓는 중국의 기술력이 미치지 못하고 공급과잉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스페셜티가 호실적을 이끌어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조6438억원, 영업이익 84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9.7% 증가했다.
업황 부진에도 주력인 고부가 합성고무 소재의 고수익이 실적을 견인했다. 합성고무 부문은 매출 6322억원, 영업이익 312억원을 기록했다. NB라텍스의 판매 경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67% 증가해 수익이 개선됐다. 합성수지 부문은 매출 2725억원, 영업이익 44억원을 냈다. 여름 비수기 시즌으로 제품 수요 및 시장 가격이 약보합세를 형성하며 전분기와 유사한 수익을 유지했다. 특수합성고무(EPDM/TPV) 사업 매출은 1754억원, 영업이익은 202억원을 기록했다. 정기보수 종료 후 판매량이 소폭 증가함에 따라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이 이뤄졌다.
고기능성 플라스틱 코폴리에스터를 주력으로 내세운 SK케미칼도 선전했다. SK케미칼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099억원, 영업이익 15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3.1%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및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코폴리에스터는 PET 등 기존 폴리에스터 계열 소재보다 내열성과 내화학성을 강화한 소재로 빠르게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다만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아직 전 세계 시장에서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산업용 엔지니어링플라스틱 기업 코오롱ENP 역시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202억원, 영업이익 133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1% 증가했다. 고강성·저취·고점도 등 프리미엄 소재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차폐소재, 커넥터 등 고수익 어플리케이션 제품의 비중 확대가 영업이익 상승을 견인했다.
DL케미칼은 스페셜티 제품인 PB(폴리부텐) 부문에서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며 실적을 방어했다. 의료용 IR(이소프렌) 라텍스를 생산하는 카리플렉스도 2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 크레이튼은 주요 원재료 가격 하락의 부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스프레드를 유지하며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케미칼과 LG화학 역시 범용 중심의 체질을 개선해 스페셜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의도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사업은 합리화를 지속하고 첨단소재, 정밀화학 등 스페셜티 소재의 확대전략 역시 지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석화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페셜티 비중을 늘려야 한다"며 "대신 스페셜티는 진입 장벽도 높고 개발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는 만큼 원가 절감과 스페셜티 개발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DB미래전략연구소가 발간한 '석유화학산업 동향 및 제품별 분석'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에 따른 제품 포트폴리오 변화로 수익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고부가가치 제품은 제품 품질이 중요한 품목으로 공급과잉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수익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주요 기업의 석유화학 범용 부문의 영업이익은 3분기 이상 연속 적자를 기록한 반면 고부가가치 부문은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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