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뭐예요?"…VIP 소비·대규모 리뉴얼로 상위권 백화점은 '好好'


신세계 강남·잠실 롯데, 올해 '매출 3조원' 무난히 돌파
소비력 공고한 'VIP 매출'에 집중, '매장 리뉴얼'로 집객 효과도 높여

국내 백화점 매출 1위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지난 7일 기준 올해 누적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사진은 강남점 리뉴얼 이후 문 연 하우스 오브 신세계 내부 전경. /신세계백화점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유통업계 전반에 짙게 드리운 소비 불황 속에서도 국내 상위권 백화점들은 매출 '역주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백화점 매출 1위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연 매출 3조원' 달성 시기가 매년 앞당겨지고 있고 내년에는 4조원 돌파를 바라보는 상황이다. 2위인 롯데백화점 잠실점도 올해 연 매출 3조원을 무난하게 넘길 전망이다. 매출 상위권 백화점들이 이처럼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대대적인 리뉴얼 투자와 공고한 VIP 소비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7일 기준 올해 누적 매출(거래액) 3조원을 넘어서며 '3년 연속 매출 3조원 달성'이라는 기록을 썼다. 3조원 달성 시점은 지난해(11월 28일)보다 3주, 2년 전(12월 24일)보다 두 달 앞당겨지는 등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고물가로 인한 내수경기 침체 속에서도 이달 초까지 강남점 매출은 전년 대비 8% 넘게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점의 성장 비결은 단일 점포 기준 국내 최대 명품 라인업에 있다. 에르메스 4개, 루이 비통 3개, 샤넬 4개 등 3대 명품을 비롯해 구찌, 디올, 보테가베네타, 프라다 등 약 100여 개의 글로벌 브랜드가 남성, 여성, 뷰티, 주얼리 등으로 세분화돼 입점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강남점 명품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했다. 특히 '베이비디올' 국내 1호 매장, '루이 비통 주얼리' 국내 첫 매장, '오데마피게' 국내 유일 매장 등 '최초'와 '유일'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VIP 고객을 사로잡았다. 럭셔리 주얼리 매출도 전년 대비 30% 이상 급증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명품, 하이주얼리 등에 대한 견고한 구매력을 가진 VIP 고객이 강남점 성장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올해 강남점 매출 중 VIP가 차지하는 비중은 처음으로 절반(52%)을 넘어섰다. VIP 전체 매출도 올해 8% 이상 성장했다. 특히 연간 구매 금액 500만원 이상인 레드 등급 고객 수가 10% 가량 늘어나면서 우수 고객층의 볼륨이 커졌다.

여기에 10년간 이어온 강남점 리뉴얼 투자가 올해 마무리되며 2030 젊은층과 외국인 등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강남점 내 '스위트파크', '하우스 오브 신세계' 등이 리뉴얼 오픈한 이후 식품관 매출은 20% 이상 증가했고 주말 기준 외국인 고객을 포함해 하루 10만명이 넘게 방문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올해에만 160만명의 2030 고객이 강남점 팝업스토어를 이용했고 구매고객 중 강남점 구매 이력이 없던 신규 고객 수는 70%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한 롯데백화점 잠실점 전경. /롯데백화점

지난해 사상 처음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하며 '3조 클럽'에 합류한 롯데백화점 잠실점도 올해 무난하게 매출 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2022년 매출 2조원을 돌파한 지 불과 2년 만이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0%를 웃돌았다.

롯데백화점 역시 전체 매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VIP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지난 6월 세계 백화점 경영자들이 모여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제16회 IGDS 월드 백화점 서밋(WDSS)'에서 "지난 5년 간 전체 인구는 정체한 반면 부유층은 30%나 늘었다"며 "상위 5% 고객 매출이 롯데백화점 전체 매출의 62%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1% 고객의 연간 지출액은 전년 대비 2.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위 1~5% 고객과 95% 고객의 연간 지출액은 전년 대비 각각 1.5%, 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대표는 "VIP 고객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굉장히 의미 있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롯데백화점 잠실점 역시 소비력이 공고한 VIP 고객층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잠실 에비뉴엘에서는 지난해부터 최상위 고객을 위한 맞춤형 상품기획을 선보이는 중이고 본관에는 오디오 브랜드 'JBL', 이탈리아 명품 가구 '까시나' 등 고급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유치했다.

아울러 롯데백화점 잠실점 본관 리뉴얼도 계획 중이다. 지난 1988년 문을 연 이후 37년 만에 진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재단장이 끝나는 오는 2027년에는 연 매출 4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하이주얼리 등 고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VIP 고객 확보, 대규모 리뉴얼을 통한 차별화된 경험 제공이 상위권 백화점 성장의 핵심"이라며 "불황 속에서도 프리미엄 소비 수요는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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