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고려아연이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한 '전략광물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게르마늄과 갈륨 생산 체계 구축에 총 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를 통해 전략광물 사업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 창출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 허브로 위상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내놓은 '2025년 3분기 실적자료'를 통해 전략광물 투자 및 생산 계획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게르마늄에 1400억원, 갈륨에 557억원 등 오는 2027년 말까지 총 1957억원을 투자해 두 전략광물의 생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오는 2028년 해당 생산 체계의 정상 가동이 이뤄지면 연간 약 600억원 수준의 매출 총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게르마늄 연 12톤과 갈륨 연 15톤 생산에 더해 유가금속(아연, 인듐, 구리 등) 추가 회수 및 폐기물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 인듐은 35톤, 아연 1200톤, 구리 160톤 등의 생산 증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고려아연은 게르마늄과 갈륨을 비롯한 전략광물 사업이 앞으로 미국 시장의 수요를 일부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현재 미국이 국가 및 경제 안보에 필수적으로 지정한 54종의 핵심 광물 중 14종을 생산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대부분의 미국 핵심 광물이 높은 수입 의존도를 보임에 따라, 고려아연의 글로벌 공급망 내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략광물 사업은 이미 고려아연의 호실적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고려아연은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분기 매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했고(4조1598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500억원) 대비 82.3%(1234억원) 늘어난 2734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호실적의 비결은 기초금속 사업의 견조한 실적 외에도 전략광물과 귀금속의 판매 호조가 더해진 덕분으로 분석된다.
특히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등 전략광물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이 사업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회수율을 향상하고 안티모니의 첫 대미 수출을 성사하는 등 전략광물 생산과 판매 증대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방위산업 핵심소재 안티모니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 누계 판매액은 25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 쓰이는 인듐의 올 3분기 누계 판매액도 약 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전략광물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지속해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경주에서 개최된 한미 최고경영자(CEO)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안정적인 전략 광물 공급망을 구축해 한미 양국의 경제 안보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50년 넘게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을 구축해 비철금속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립해 온 고려아연은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직면한 전략 광물 문제를 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사명감을 갖고 진지하게 이 과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