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자금이 은행에서 증시로 옮겨가는 '머니무브'가 본격화하고 있다.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가자 대기성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47조8564억원이다. 지난 9월말(669조7238억원)보다 21조8674억원 감소했다. 두 달 연속 30조원 이상 늘었던 예금이 한 달 만에 내리막길로 돌아섰다.
요구불예금은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예금이다. 투자자들이 주식시장 진입을 위해 대기시키는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한 이후 내년까지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은행에 머물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증권사 계좌로 유입되는 자금이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은 88조2708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 달 전 대비 21조2628억원 늘었다. 업계에서는 은행 예금에서 이탈한 자금으로 추정한다.
코스피 강세장은 △저물가 △저금리 △저환율 등 '3저' 환경이 겹치면서 주식가치가 확장한 결과로 평가된다.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에도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가 높아지며 장기 상승 전망이 확산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내년 코스피가 5000~700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시중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은행권의 방어 행보가 이어질 전망이다.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안전한 투자처를 원하는 '금리 노마드족'을 공략하는 방식이다.
금융권에서는 한동안 자금 이동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코스피 상승세가 지속되는 동안 투자 대기자금이 추가로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지만,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자금이 다시 은행권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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