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회사에서 태양광 사업해야 하니까 부지나 알아보러 다니자는 얘기가 나옵니다."
정부의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감축률안이 공개된 지난 6일 민간 발전사의 한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탄소 감축 기술이 언제 경제성을 갖출지 모르는 상황에서 발전 분야(화력 등)의 탄소 감축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 NDC 대국민 공청회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18년 대비 2035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50~60%, 53~60%로 감축하는 두 가지 안을 내놨다.
기후부는 시민단체(61%)와 산업계(48%)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범위 형태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감축 규모가 가장 큰 부문은 전력이다.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8300만t(CO₂eq)인데 2035년까지 최소 2억만t에서 최대 2억1300만t을 추가로 줄여야 한다. 감축률로 따지면 최소 68.8%에서 최대 75.3% 수준으로 공공·민간 발전사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안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5100만t인데, 10년 뒤인 2035년에는 최소 3억4800만~3억7100만t으로 줄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NDC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실제 올해 초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NDC 기술작업반이 분석한 가장 도전적인 감축안은 48% 수준으로 정부의 목표와 차이가 크다.
문제는 2022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NDC가 법적 구속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NDC 목표가 도전적인 만큼, 재생에너지 외에 모든 발전 사업은 허가가 나기 어려운 구조가 돼 향후 전력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교수는 "재생에너지가 (정부) 목표대로 늘어나면 좋지만, 현장에서는 주민 수용성 등의 문제로 쉽지 않다"며 "전력수급기본계획,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등을 NDC에 맞추다 보면 5~6년 뒤 2011년 전국 순환 정전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전력의 지난 10년간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주요 송전망 준공 현황’에 따르면 22개 사업 중 지연 준공된 사업은 18건이다. 지연 사유의 대부분은 민원과 인허가다.
유 교수는 "우리는 NDC를 법제화했기 때문에 지켜야 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법제화하지 않았다"며 "같은 제조 국가인 일본(60% 감축 목표)을 봐도 에너지믹스는 따로 가면서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실가스감축을 두고 각국의 눈치 싸움이 시작될 수도 있는 만큼, 현실적인 NDC 설정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은 2035년부터 7~10% 온실가스를 감축하다고 하고 있다"며 "우리가 감축 노력에 힘쓴다고 해도,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제적으로 돈을 써버리면 프리라이딩(무임승차)이 가능한 게임"이라며 "산업의 관점에서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기준 156억t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전 세계 배출량(577억t)의 약 30%를 차지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6억5100만t으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 1.13%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2005년 대비 2030년에는 61~66%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뒤 기후협약 자체를 무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990년 대비 2035년까지 66~72% 감축을 목표하고 있지만 공수표가 될 공산이 크다.
환경단체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6일 녹색전환연구소는 논평을 내고 "새 정부의 기후정책에 철학과 비전이 없다"며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제안된 한국형 전환금융(K-GX) 도입도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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