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IBK 수장은 내부?"…산은·수은 '연속 내부'에 기업은행도 하마평 무성


산은·수은, 잇단 내부 승진으로 '연속성' 카드
김 행장 내년 1월 2일 임기 만료
정부 제청·대통령 임명 구조상 외부 변칙론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모두 내부 출신 수장을 택하면서 다음 차례인 IBK기업은행의 후임 인선이 내부 승계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모인다. /IBK기업은행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모두 '내부 출신' 수장을 택하면서 다음 차례인 IBK기업은행의 후임 인선이 내부 승계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산업은행은 박상진 회장을, 수출입은행은 황기연 행장을 각각 내부에서 발탁했다. 이에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성태 기업은행장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하고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치는 만큼 정책 기조·인사 환경에 따른 변동성도 남아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산업은행은 강석훈 전 회장의 후임으로 박상진 전 준법감시인을 회장으로 임명했다. 창사 이래 첫 내부 출신 회장이다.

박 회장은 1990년 산은에 입행해 옛 기아그룹·대우중공업·대우자동차 TF팀, 법무실장, 준법감시인 등 주요 보직을 거친 기업구조조정·금융법에 정통한 정책금융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취임사에서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통해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부 출신 기용은 이전 정부에서 불거진 본점 이전 갈등 등 조직 피로를 달래고 연속성·현장성을 중시한 선택으로 읽힌다.

수출입은행도 '연속 내부'로 방향을 굳혔다. 지난 5일 황기연 상임이사가 제23대 행장으로 임명됐다. 전임 윤희성 행장에 이어 2회 연속 내부 출신 수장이다.

황 행장은 1990년 입행해 리스크관리·디지털·개발금융을 두루 거친 정통 '수은맨'으로, 시장에선 대외·대기업금융의 안정적 관리와 정부 수탁기금·개발금융의 기민한 집행을 기대한다. 관료 중심 관행에서 내부 전문성으로의 회귀라는 의미부여도 나온다.

두 은행이 내부출신 인사를 행장으로 택함에 따라 시선은 자연스럽게 IBK기업은행으로 옮겨간다. 김성태 행장은 1989년 입행한 '기은맨' 출신으로 2023년 1월 취임했다. 임기 만료일은 2026년 1월 2일이다. 1989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기업은행 전무이사(수석부행장), IBK캐피탈 대표이사, 기업은행 경영전략그룹장, 소비자보호그룹장, 경동지역본부장, 마케팅전략부장, 종합기획부장, 미래기획실장, 비서실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쳐 행장에 올랐다.

즉 현 수장도 내부 출신이다. 김 행장은 재임 기간 중 안정적 실적과 중기대출 성과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행의 행장 연임 사례가 드물 뿐만 아니라 올해초 발생한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고로 연임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재임 기간 중 안정적 실적과 중기대출 성과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김 행장. /국회=이선영 기자

시중은행과 달리 기업은행장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아니라 금융위원장 제청과 대통령 임명으로 정해진다. 정책은행 성격상 정부 의중이 직접 반영되고, 정무 일정에 따라 인선 시기·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 정책은행장은 정부 성격에 따라 외부 발탁 가능성도 상존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내부 가능성'이 힘을 얻는 이유로는 정책·감독 키워드의 연속성이 꼽힌다. 산업은행은 첨단전략산업기금·국민성장펀드 등 대형 정책과제를, 수출입은행은 대외·개발금융의 안정적 집행을 앞세운다. 기술·공급망·녹색전환 등 정책 금융의 전문화·속도전을 고려할 때, 조직을 꿰뚫는 내부형 리더십이 유리하다는 논리다.

조직 피로도 관리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산업은행의 내부 임명은 이전 노사 갈등과 이전 논란의 상흔을 달래는 효과가 있었고, 수은의 연속 내부 카드도 현안의 연속 집행에 방점이 찍혔다. 기업은행 또한 중소기업 정책금융의 '현업 정합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해석이다.

시장과의 소통 역시 내부인사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정책은행의 리더십이 잦은 교체·외풍에 흔들릴 경우 채권·외화조달·보증·여신심사 라인 전체의 정합성이 떨어진다. 내부형 수장 체제는 리스크 기준·RWA(위험가중자산)·환원정책(배당)의 규칙 기반 운용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를 만든다.

반론도 있다. 관행화된 '내부 승계'가 역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 구조조정·정책금융 혁신, 디지털·데이터 전환 등은 '외부 시각' 접목이 필요하고, 노사·이전·지배구조 등 난제 처리에는 독립성·균형감이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내부 연속 카드와 외부 쇄신 카드가 동시에 하마평에 오르는 이유다.

차기 기업은행 수장 하마평에는 김형일 기업은행 전무이사,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 양춘근 전 IBK연금보험 대표 등이 거론된다. 산은·수은의 '내부' 연쇄 인선으로 기업은행도 내부 승계 기대가 커졌지만, 관료 등 외부 기용 가능성도 병존한다. 외부 인사 중에서는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있다.

기업은행은 1961년 설립 후 역대 행장 25명 중 내부 출신 행장이 김 행장을 포함한 5명에 불과했다. 17대 김승경, 23대 조준희, 24대 권선주, 25대 김도진, 27대 김성태 등이다. 다만 현 정부의 인사 기조를 고려하면 기업은행의 내부 승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기업은행 노조는 외부 낙하산 인사의 임명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달 30일 성명서를 통해 "기업은행 노동자는 철학과 역량을 갖춘 새 은행장을 원한다"며 "만약 현 집권 세력이 윤석열 정권에서 만연했던 '함량 미달 측근 임명, 보은 인사'를 답습한다면, 기업은행뿐만 아니라 금융산업 전체 노동자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부의 연속성과 외부의 쇄신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택하느냐가 정책금융의 속도·독립성·시장신뢰를 좌우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수은의 연속 내부가 메시지"라며 "정책 연속성과 현장 집행력을 보려면 조직을 꿰는 내부형 수장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규모 부당대출 이후 내부통제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며 "외부 시각으로 감사·통제 체계를 재설계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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