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유통업계에 '희망퇴직' 바람이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면세점·식음료·편의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중이다. 희망퇴직을 단행한 공통적인 배경에는 실적 악화와 고정비 부담이 자리잡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오는 21일까지 전 직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올해 만 45세가 넘는 1980년 이전 출생자와 근속 10년 이상의 임직원이 대상이며 근속 10년 이상부터 15년 미만의 임직원은 기준 급여(기본급 및 상여, 수당 포함) 20개월의 금액을 지급한다. 재취업 지원금 1000만원과 대학생 학자금 1명당 최대 1000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사업의 지속 성장성을 확보하고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며 "사업 효율화를 통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형 성장 조직으로 변화하기 위한 것으로 자발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신청한 직원에 한정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8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줄었고 순이익은 600억원으로 64% 급감했다. 올해도 1분기 영업이익은 2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9% 감소했다. 2분기와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16.6% 늘며 반등을 보였지만 업계에선 중장기적인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생활건강도 지난달 면세점과 백화점 판매판촉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대상은 만 35세 이상(1990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으로 기본급 20개월분에 생활안정지원금, 전직장려금, 학자금 지원 등을 지원한다. 퇴직 절차는 오는 10~20일 진행되며 21일 최종 퇴직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면세점, 백화점 등 전통 오프라인 매장의 점진적인 철수를 예상하고 있으며 향후 유통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적절한 인력 운영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해왔다"며 "회사 구성원 가운데 퇴직을 하고자 하는 인원에 대해서 제2의 인생 설계를 지원할 수 있는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11월 중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희망퇴직은 LG생활건강 뷰티 사업부의 '실적 악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조6049억원, 영업이익은 5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8%, 65.4%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전사 매출은 3조3027억원, 영업이익은 19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 36.3% 줄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한 코리아세븐도 지난달 희망퇴직 신청 공지를 냈다. 이는 지난해 10월 첫 구조조정 이후 1년 만이다. 사원급은 만 40세 이상 또는 현직급 8년 차 이상, 간부사원은 만 45세 이상 또는 현직급 10년 차 이상이 대상이다. 퇴직 위로금은 사원급 기본급 20개월, 간부사원 24개월이며 재취업 지원금과 대학생 자녀 학자금도 포함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구조 효율화 등 경영구조 재편은 수익 중심의 안정적 사업 기반 확보를 위한 주요 과제"라며 "성과중심 조직 문화 및 시스템 혁신과 더불어 전체적인 사업 규모와 인력 구조의 밸런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의 희망퇴직은 2년 연속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실적 악화'가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은 지난 2020년 8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2022년 49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2023년 551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2조3866억원, 영업손실 427억원을 기록하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초에는 면세업계가 구조조정에 나섰다. 현대면세점은 올해 4월 서울 시내 면세점 폐점 계획 발표와 함께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지난 2021년 12월 이전 입사한 부장급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근속 6년 이상 직원에게는 성과 연봉 기준 17개월분이 지급됐다.
이후 현대면세점은 지난 7월, 동대문점을 영업 종료하고 무역센터점은 기존 3개층에서 2개층으로 축소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신라면세점도 같은 시기 비공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호텔신라의 면세점 부문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757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4월 45세 이상·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근속 10~15년 직원에게는 기준급여 18개월, 15년 이상은 24개월을 지급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매출액 5조443억원, 영업이익 1571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각각 전년 대비 0.5%, 11.3% 감소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희망퇴직 배경으로 첫 번째는 전반적인 소비 위축이고, 두 번째는 소비 관련된 산업들의 오프라인이 멈췄고 온라인도 주춤하다"며 "기업들은 미래 성장이 어렵다고 보고 투자를 하기보다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고액 연봉자를 합리적으로 정리하는 등 인건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