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산 기자] 미국 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고평가 논란과 고용시장 위축 우려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일제히 하락했다. 반등 하루 만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양상이다.
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98.70포인트(0.84%) 떨어진 4만6912.3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5.97포인트(1.12%) 하락한 6720.32를 기록했으며, 기술주 중심 나스닥 종합지수는 445.80포인트(1.90%) 급락한 2만3053.99로 마감했다.
AI 열풍의 중심에 있던 기술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분야 대표주인 엔비디아는 3.65%, AMD는 7.27%, 마이크로소프트는 1.98%, 메타플랫폼스는 2.67%, 아마존은 2.86% 각각 하락했다. AI 소프트웨어 대표주 팔란티어 테크놀로지는 6.84% 폭락해 175.05달러로 추락했다. 팔란티어는 지난 3일 207.18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사흘 만에 15% 넘게 빠졌다.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대장주들이 연이어 급락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도 2.39% 떨어졌다.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가 3% 넘게 밀리자 기술 업종 전체가 흔들린 영향이다. 덩달아 통신서비스 업종도 0.67% 내렸으며, 에너지(0.87%)와 헬스케어(0.19%)를 제외한 9개 업종이 모두 하락했다. 특히 테슬라 급락 여파로 임의소비재 업종은 2.5% 떨어지며 낙폭이 가장 컸다.
‘AI 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든 가운데, 미국 고용시장의 불안정성이 시장을 덮쳤다. 글로벌 인사 컨설팅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는 지난 10월 미국 기업들이 1만53000명 이상을 해고해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월 대비 3배, 전년 대비 175% 늘어난 수치다.
백악관 AI 정책 자문역을 지낸 데이비드 삭스는 "AI 산업에 대한 연방 차원의 구제금융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주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그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미국에는 최소 다섯 개의 주요 프런티어 모델 기업이 존재하며, 한 곳이 실패하더라도 다른 회사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게시했다.
이 같은 악재가 겹치며 테슬라 주가는 주총을 앞두고 3.54% 급락한 445.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1조 달러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승인할지 여부를 두고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반면 알파벳은 0.21% 오른 285.34달러로 마감하며 이틀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8.66% 급등한 19.58로 뛰어오르며 심리적 저항선인 20포인트에 근접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는 기술주 비중을 줄이고, 방어적 업종으로 자금을 옮기는 모습을 보였다.
마이클 그린 심플리파이자산운용 수석전략가는 "올해 상승장은 일부 인기 종목에 집중된 매우 좁은 랠리였다"며 "현재는 고변동성 성장주와 안전자산 사이에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는 전형적인 불안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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