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서울·수도권 부동산 규제가 한층 강화되자, 규제의 틈을 비켜간 지역으로 실수요자·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출·청약·세금 '삼중 규제'를 피한 경기 김포 등 비규제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 접근성과 교통호재, 합리적인 분양가가 맞물리면서 지역 가치가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 확대 전망이 나오면서, 수요 쏠림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는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을 포함, 과천·분당 등 수도권 핵심 12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이들 지역에선 주택 구매 시대출 한도가 줄고 세금 부담이 커졌다. 청약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의 진입이 쉽지 않게 됐다.
반면 규제 밖에 있는 김포·파주·인천 등은 수요가 몰리고 있다. 대체 투자처로도 부상하고 있다. 정책이 서울과 경기 핵심지에 집중되면서, 자금과 수요가 비규제 지역으로 이동하는 전형적인 '풍선효과'가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2017년 8·2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서울·과천·세종 등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자, 규제에서 벗어난 인천·김포·파주로 수요가 몰리며 집값이 급등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김포는 2020년 11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3년 동안(2017~2020년) 아파트값이 48.0% 뛰었다. 인천과 파주 역시 2020년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 같은 학습효과가 이번 10·15 대책 발표 직후 투자자·실수요자들이 비규제 지역으로 몰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
비규제 지역이 누리는 가장 큰 장점은 금융 규제 문턱이 낮다는 점이다. 규제 지역과 달리, 적은 초기 자본으로도 '내 집 마련'에 나설 수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2030세대와 신혼부부에게 막혀 있던 주택시장 진입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한다.
김포시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서울 접근성을 고려하는 실수요는 물론, 규제를 피해 갭투자를 하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대책 발표 이후 부쩍 늘었다"며 "이에 발맞춰 집주인들도 호가를 자신 있게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 이달 경기·인천 공급 예정 물량 3만1459가구…청약 몰린다
청약시장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4일 진행된 '풍무역 푸르지오 더 마크' 1순위 청약에는 55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9721건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 17.42대 1을 기록했다. 지난달 두산건설과 BS한양 컨소시엄이 분양한 인천 부평구 '두산위브&수자인 부평 더퍼스트' 역시 최고 경쟁률 12.3대 1을 기록하며 완판됐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가점 위주로 당첨자를 가려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 기간이 짧으면 청약 당첨이 어려운 규제지역과 달리, 김포와 같은 비규제 지역은 추첨제 물량 비중이 높아 청년층도 실질적인 당첨 기회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경기·인천 지역에는 대규모 분양 물량이 대기 중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에서 공급 예정인 물량은 총 3만1459가구(일반분양 2만493가구)로, 올해 들어 최대 규모다.
지역별로는 광명이 4291가구로 가장 많고, 파주(3802가구)·김포(3207가구)·수원(2175가구)·오산(2172가구) 순이다. 인천은 남동구(2568가구), 서구(1412가구), 미추홀구(1199가구) 등에서 분양이 예정돼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비규제 지역이나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는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고, 자금 부담이 적어 청약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도 "10·15 부동산 대책의 영향권 밖에 있는 비규제 지역은 자금 조달과 청약 문턱이 낮아 실수요자에게는 내 집 마련의 기회, 투자자에게는 불확실성을 뚫을 대안이 될 것"이라며 "서울 접근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단지로 수요가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