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기술주 고점 부담에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최근 인공지능(AI) 관련 대형 기술주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모습이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 지수는 1.17%(80.42포인트) 하락한 6771.5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04%(486.09포인트) 급락한 2만3348.64에 마감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53%(251.44포인트) 하락한 4만7085.2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뉴욕증시의 하락세는 AI 대표주들의 급락이 주도했다. 실적이 호조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과열된 밸류에이션에 대한 경계심이 투자심리를 짓눌렀다는 분석이다.
AI 플랫폼 기업 팔란티어는 3분기 실적이 월가 전망치를 웃돌고, AI 사업 성장세에 힘입어 긍정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약 8% 급락했다. 팔란티어의 주가는 올해 들어 150% 이상 상승하며 'AI 열풍'의 대표 수혜주로 꼽혀왔다. 하지만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200배를 웃도는 수준에 이르면서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오라클 역시 PER이 33배를 넘어 올해 들어 50% 가까이 상승했지만 이날은 4% 하락 마감했다. AMD와 엔비디아도 각각 4% 안팎의 낙폭을 기록했고, 아마존 등 다른 주요 AI 관련 대형 기술주들 역시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AI 열풍 속에서 급등했던 기술주들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면서, S&P500의 선행 PER은 23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는 2000년 닷컴버블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메리프라이즈의 앤서니 사글림베네 수석시장전략가는 "주가가 조정 없이 과도하게 상승하면서 밸류에이션이 과열된 상태"라며 "4월 이후 뚜렷한 조정 없이 랠리가 이어졌고, 대형 기술기업의 설비투자 속도를 고려하면 향후 1년 내 이익 증가가 그에 상응할지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시장 불안을 더욱 키운 것은 주요 투자은행(IB) CEO들의 경고성 발언이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향후 12~24개월 내 주식시장이 10~20% 수준의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테드 픽 모건스탠리 CEO도 "거시경제 충격이 아닌 10~15% 수준의 자연스러운 조정이라면 오히려 건전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글림베네 전략가는 "기업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일부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연말까지 5~15% 수준의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