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내 주요 정유사들이 올해 1~2분기 이어진 부진을 털고 3분기 잇따라 흑자로 전환했다. 정유사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 HD현대오일뱅크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개선됐다.
지난 3일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은 올해 3분기 매출액 8조4154억원, 영업이익 22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올해 1~2분기 이어진 적자 행진에서 탈출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HD현대오일뱅크도 매출액 7조 3285억원, 영업이익 1912억원을 기록해 1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달 31일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도 석유부문에서 매출 12조4421억원, 영업이익 3042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7705억원 증가했다. 전체 영업이익은 573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9911억원이 증가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도 정유 부문에서 흑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업계의 실적이 개선된 데에는 정제마진 영향이 크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이다. 정유업계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지표다. 전통적으로 배럴당 4~5달러의 정제마진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10월 둘째 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3.1달러까지 올랐다. 올해 초만 해도 경기 둔화 영향으로 정제마진이 5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정유4사는 올해 상반기 누적 적자 규모가 1조3000억원을 넘을 정도로 부진에 시달렸다.
정제마진 강세는 공급과 수요 양측 요인이 모두 작용한 결과다. 먼저 러시아산 원유의 공급이 감소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끊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달 23일 러시아 석유업체 두 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두 회사의 정유 자회사도 제재 대상에 해당한다. 미국 내 기업과 은행, 갱니은 해당 대상과 거래할 수 없다.
미국은 러시아 및 이란 원유를 조달하는 중국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고 있다. 중국 원유 수입량의 9%를 차지하는 리차오 시후아 원유수입 터미널과 일부 선박도 최근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미국 LA 필립스66, 영국 린지 정유소 등의 노후 설비 폐쇄와 나이지리아 단고테, 캘리포니아 엘세군도 정유소의 가동 차질이 지속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수요 측면에서는 북반구 난방 수요 성수기에 진입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10월 유럽의 난방유 재고가 감소했다. 아울러 유럽과 미국 동부의 10월 평균 기온이 최근 5년 평균 대비 낮은 기온 등으로 난방유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 즉 공급 타이트 및 수요 견조함으로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10월 석유시장보고서에서 "9월 정제마진은 러시아 공급 감소 및 경유와 항공유 마진 강세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4분기까지 이어질 거란 전망이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지난 3일 실적발표에서 "동절기 계절적 수요가 있어서 한동안은 정제마진 강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도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에서 "4분기에도 미국 내 정유 설비 폐쇄가 이어지고 있고, 내년에도 예정된 설비 폐쇄 있어서 미국 중심 확대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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