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세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칼끝은 줄곧 서울·수도권을 향했다. 정책의 관심 밖에 놓인 지방은 회복 동력을 잃고 있다. 이대로라면 수도권 쏠림이 한층 가팔라지고, 지방은 깊은 침체의 늪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지방 회복을 위한 실질적 대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격차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31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KB주택시장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지방 간 주택 경기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보고서는 "6월 말 대출 규제 강화에 이어 9월 초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발표됐지만, 서울·수도권은 오름세를 보인 반면, 5개 광역시와 기타 지방은 하락세가 지속됐다"며 "지방 부동산 경기는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표에서도 이러한 양극화가 확인된다. 지난달 기준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은 0.24% 올라 7개월 연속 상승을 이어간 반면, 5대 광역시는 -0.19%를 기록했다. 서울은 0.52%, 경기 0.11% 상승했으나, 대구 -0.32%, 부산 -0.25%, 광주 -0.18%, 대전 -0.12%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KB부동산전망지수 역시 수도권은 상승 전망이, 지방은 하락 전망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방 시장은 인허가·착공·준공 실적과 미분양 지표가 모두 악화하며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25년 8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방 인허가는 누적 실적 기준 8만363가구로 전년 동기(11만5198가구) 대비 30.2% 급감했다. 착공은 5만5500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7만3285가구) 대비 24.3% 줄었고, 분양·준공 실적도 각각 39.3%, 10.4% 감소했다. 지방 미분양 주택은 평균 5만가구에 달한다. 지난 5월 5만1372가구에서 7월 4만8961가구로 소폭 줄었지만, 한 달 뒤 5만1982가구로 다시 늘어났다.
◆ 수도권 중심 부동산 대책…지방 주택시장 위축
이러한 여파로 지방 아파트 공급 물량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지방에 총 1만5948가구가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만8728가구) 대비 약 59% 줄어든 수치다. 10년 전인 지난 2015년 상반기(6만7718가구)와 비교하면 76.4%로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지방 부동산 위기를 수도권 중심 대책과 인구 유출로 지목했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공급 감소 주요 요인 중 하나로는 주택 공급 정책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의 공급이 위축된 것을 손꼽을 수 있다"며 "이에 더해 최근 몇 년간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이 지속되면서 건설사들의 사업성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 수요가 서울 일부 지역에 집중되면서 지방 물량은 거의 팔리지 않고, 지역 건설사들은 생존을 위해 공공공사에만 집중하는 상황"이라며 "민간 분양은 실패로 이어져 부동산 PF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방 회복을 위해 서울 집값 안정에 그치지 않고, 거시적 관점에서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똘똘한 한 채' 해소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방 시장 회복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지방 대부분에서 인구 유출과 주택 구매력 하락이 동반되는 수요 절벽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실제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수도권·지방 간 인구 격차는 87만7825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으로 인구가 순유입 되는 현실은 단순히 인구 이동이 아닌, 지방 경제가 붕괴하고 있다는 구조적 신호"라며 "결국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토대로 지방 경제를 활성화해 균형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대구에서 열린 '대구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에서 "지역균형발전은 지역을 위한 배려가 아닌, 우리나라 생존을 위한 마지막 탈출구이자 필수 전략"이라며 "핵심 정책으로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