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증권·운용사 CEO 첫 만남…"종투사 지정 신속하게"


30일 '금융 대전환을 위한 모험자본 생태계 활성화 간담회'
모험자본 공급 위한 '생산적 금융' 주문

이억원 금융위원장(앞줄 왼쪽부터 다섯 번째)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투자업계 CEO 간담회에서 금융투자업계 CEO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이한림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회(금융위) 위원장이 국내 금융투자업계 수장들을 만나 모험자본 공급에 대한 역할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경제에 활기가 지속될 수 있도록 금융투자업계의 노력을 당부하면서도, 모험자본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게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30일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서 '금융 대전환을 위한 모험자본 생태계 활성화'를 주제로 한 '금융위원장-금융투자업계 CEO 간담회'를 열고 금융투자업계 CEO들을 만났다.

지난달 15일 취임한 이 위원장이 금융투자업계 CEO들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자리에는 서유석 금투협회장을 비롯해 10개 증권사와 7개 자산운용사 대표가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요즘 금융투자업계는 활기가 넘친 것 같다. 코스피가 오랜 박스권을 벗어나 4000포인트를 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다.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 기대가 높다"며 "우리 경제는 지금 저성장과 고령화, 초기술시대라는 거대한 전환의 한가운데 서 있다. 모험자본 생태계의 최전선에 있는 금융투자업권에 대한 기대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원장이 강조한 키워드는 '생산적 금융'이다. 우리나라 경제 활기를 위해 증권·운용사들이 앞장서서 인공지능(AI), 조선, 자동차 등 생산적 경제 성장 분야로 나아갈 수 있는 산업이나 기업 등에 투자해 달라는 주문이다.

이 위원장은 "우리 경제의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생산적 금융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는) 부동산 관련 순자본비율(NCR) 규제 강화로 부동산 중심의 관성적 투자를 개선하고 건전성을 제고할 것"이라며 "종투사 지정 확대를 통해 대형 투자은행(IB)이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로부터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 종투사 등 지정은 심사가 완료되는 순서대로 신속하게 추진해 모험자본 공급이 지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앞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금융투자업계 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증권사 등은 부동산 같이 손쉽게 자본을 늘릴 수 있고 외형 확대에 치중한 경영보다 미래 지향적 기업과 기술을 위한 모험자본 공급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여기에 금융위원회에서 심사를 진행하는 종투사 지정 등을 조속히 추진해 정부 또한 제도적 차원에서 금융투자사의 적극적인 투자를 돕겠다고 강조한 셈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투자업계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자산운용사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자산운용사 역시 모험자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위는 오는 2026년 3월 법 개정을 앞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를 차질 없이 마련하고, 코스닥벤처투자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 인센티브 등을 확대해 해당 상품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쓴소리도 나왔다. 운용사 중에서도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대해서는 성찰과 전면적인 자기 쇄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해서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이바지하는 것이야말로 사모펀드업계가 조성해야 할 책임투자 문화라는 제언이다. 그는 "PEF가 지속 가능하려면 단기 수익추구를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PEF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투자업계 대표들은 이 위원장의 모두발언을 경청하면서도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 국민성장, 국민참여형 펀드에 대한 조성·운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정부 방침에 맞게 새롭게 조성하는 펀드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이나 인센티브 확대, 중기특화 증권사의 기업금융(IB) 전문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마련 등이 논의됐다는 후문이다.

끝으로 이 위원장은 수탁자로서 충실 의무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금융투자업계는 국민의 자금을 위탁받은 수탁자로서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고 투자 이후에도 위험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투자자를 위해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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