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시대, 조기 엑시트 몰두하는 IMM?…가치 투자 흔들리나


조기 매각설 일축했지만…투자 기조 시험대에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 IMM PE

[더팩트|윤정원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에서 '가치 제고형 투자자(Value Creator)' 이미지를 쌓아오던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최근 잇따른 조기 엑시트(자금 회수) 논란에 휩싸였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서 펀드 만기가 다가오자 일부 투자 자산의 매각 시점을 앞당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다만 IMM PE는 "기업의 본질가치 제고와 적정한 매각 타이밍을 우선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 할리스커피·대한전선으로 '밸류업' 각인시킨 IMM PE

IMM PE는 2006년 설립 이후 중·대형 바이아웃(지분 인수 후 경영 개선) 전략을 기반으로 국내 사모펀드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온 대표 운용사다. 특히 2010년대까지는 단기 차익이 아닌 기업 본질가치 제고를 기조로 내세워 왔다.

지난 2013년 820억원에 인수한 할리스커피(지분 93.8%)의 경우, 브랜드 확장과 가맹점 구조 개선을 통해 7년 만인 2020년 1450억원으로 몸값을 높여 KG그룹에 매각했다. IMM PE의 할리스커피 투자는 시장에서 대표적 밸류업(Value-up) 성공 사례로 인정 받았다.

대한전선 역시 가치 투자의 예시로 꼽힌다. IMM PE는 2015년 대한전선에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시행하고 지분 70.1%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IMM PE는 그 후 대한전선을 본업 중심으로 재편함과 동시에 임직원에서 스톡옵션과 포상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회사 내실화에 중점을 뒀다.

그 결과 인수 첫해인 2016년까지 마이너스였던 영업현금흐름이 2019년에는 792억원까지 늘며 뚜렷하게 개선됐다. IMM PE는 2021년 대한전선 지분 40%를 호반건설에 2500억원을 받고 매각하며 최종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했다. 이에 본업 경쟁력을 우선순위에 둔 체질개선, 현금흐름 중심의 안정화 전략이 투자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 펫프렌즈·하나투어·에이블씨엔씨 매각 시기 저울질

그러나 최근 시장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근래 IMM PE는 펫프렌즈·하나투어·에이블씨엔씨 등 주요 포트폴리오를 둘러싼 매각설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펫프렌즈의 경우 2021년 7월 IMM PE의 투자 이후 물류 효율화와 플랫폼 역량 강화를 추진했으나, 수익성 개선이 더뎠다. 이에 지난해 중순 라자드코리아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여행업 회복세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매각을 타진한 하나투어 지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IMM PE는 지난해 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을 선정하고 하나투어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MM PE는 지난 2020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약 1289억원을 투자, 하나투어의 지분 16.67%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등극한 바 있다.

IMM PE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에이블씨엔씨(어퓨)도 동일선상에 있다. IMM PE는 에이블씨엔씨를 지난 2017년 4200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사드(THAAD) 사태와 코로나19 여파로 에이블씨엔씨의 매출은 급감했다. IMM PE는 최근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해 일부 사업부 매각을 검토 중이다.

IMM PE가 과거보다 빠른 시점에 매각을 모색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자 업계에서는 "장기 성장 스토리를 그리던 IMM의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IMM PE는 최근 펀드 만기에 맞춰 회수 속도를 높이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며 "이는 운용 안정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가치 투자와는 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 IMM PE "서두르지 않는다"…로즈골드3호 만기 이후 '눈길'

그러나 IMM PE는 '조기 엑시트설'에 선을 긋고 있다. IMM PE 관계자는 "시간에 쫓겨 제값을 못 받는 매각은 지양한다"며 "각 포트폴리오의 밸류업을 끝까지 추진한 뒤 시장 분위기와 실적 흐름에 맞춰 매각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MM PE는 3호 블라인드 펀드(로즈골드3호)가 대주 동의를 통해 1년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며, 내년 1월 예정된 만기 시점에 맞춰 무리한 자금 회수를 진행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IMM PE 관계자는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로즈골드3호 펀드의 자산으로 매각을 해야하는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너무 서둘러서 급하게 매각을 추진하기보다는 주가와 실적이 어느 정도 회복돼야 한다. 내부적으로 브랜드 전략을 재정립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매각 타이밍을 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펫프렌즈의 경우 아직 시간이 좀 남았어서 천천히 밸류업에 더 집중할 예정으로, 매각은 서두르지는 않을 것 같다. 하나투어도 현재로서는 자체적인 밸류업에 더 집중하고 있으며, 신규여행지 발굴 여행프로그램 다양화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적으로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것이 최우선순위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IMM이 매각설 진화에 나선 배경에는 '고금리 장기화'라는 외부 변수도 있다. 금리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신규 펀드레이징(자금 모집)과 차입이 동시에 어려워지자, 사모펀드 전반에 회수 압박이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IMM PE가 향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당사의 투자 철학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로즈골드3호가 본격적인 회수 국면에 진입할 경우, IMM이 실제로 어떤 속도로 자산을 정리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조기 회수가 반복된다면 단기 성과주의 이미지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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