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상장폐지와 관리종목 지정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술특례 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던 기업들이 연구개발(R&D) 실패와 자금난, 회계 불투명 등으로 줄줄이 위기에 몰리면서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아이큐어, 메디콕스, 더테크놀로지, 카이노스메드 등의 바이오기업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거래소가 기업의 존속 가능성과 경영 투명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상장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로, 사실상 상장폐지 직전 단계다.
아이큐어는 전직 대표이사의 배임·횡령 혐의로, 메디콕스는 전·현직 임원의 160억 원대 횡령 사건으로 각각 심사 대상이 됐다. 아이큐어는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으며 메디콕스는 개선기간을 부여받아 상장 유지 여부를 심의 중이다. 카이노스메드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7억원 미만에 그치며 주된 영업 정지 사유가 발생했다. 더테크놀로지도 매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며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으나 이의신청서를 제출로 현재 상장폐지 절차가 일시중단된 상태다.
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사례도 증가했다. 동성제약은 '반기검토의견 거절', 하이로닉은 '감사의견 한정', 셀레스트라는 '감사의견 거절', 앱클론은 '매출 30억 원 미달' 등의 사유다. HLB펩·셀루메드·에스씨엠생명과학·DXVX 등은 최근 3년간 2회 이상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비율이 자본의 50%를 넘겨 관리종목으로 편입됐다.
실제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사례로도 연결되고 있다. RNA 치료제 개발사 올리패스는 임상 부진과 감사의견 거절, 재무 불안 등을 이유로 최근 코스닥에서 상장폐지됐다. 앞서 파멥신은 상장 7년 만에, 셀리버리는 2018년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주목받았지만 5년 연속 적자를 내며 결국 상장폐지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진단키트로 흑자를 냈던 피씨엘은 자본잠식으로, 의약품 품질검사기관 재인증을 받지 못한 에스엘에스바이오는 주력 사업 정지로 각각 상장폐지됐다.
특히 2020~2021년 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들의 관리종목 유예기간이 올해 잇따라 종료되면서 추가 위기 기업이 등장할 전망이다. 거래소는 매출 30억 원 미만, 법차손 50% 초과, 자본잠식률 50% 이상 등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성 특례상장이 바이오 혁신기업의 시장 진입 문턱을 낮췄지만, 임상 실패와 자금난으로 실제 성과를 내지 못한 기업이 속출하면서 제도의 명암이 드러나고 있다"며 "상장 성공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와 투명한 경영체계를 구축해야 할 때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