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PEC] 정상회의 주간 개막…산업계, 한미·미중 등 국제관계 촉각


한미 관세 후속 협상 '진행형'…미중 '제한적' 휴전 가능성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말 경주에서 막을 올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잇따라 양자회담을 갖는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대통령실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공식 일정이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방한이 예고되면서 산업계 시선이 개최지 경상북도 경주로 쏠리고 있다.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이 대거 방문할 예정임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이들과 협력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2025 APEC 공식 일정이 이날부터 시작됐다.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는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이 진행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6일 유튜브 삼프로TV 등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몇 년간 미중 문제 가늠자가 될 자리"라고 말했다.

우선 산업계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 한미 정상 회담에 관심을 쏟는다. 지난 7월 한미 관세 협상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뒤 후속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3500억달러 규모 투자 방식을 놓고 한미 간 이견을 보이고 있는데, 정상회담 전후로 타결될지 관심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 업계는 후속 협상 결과물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일본과 EU(유럽연합)가 후속 협상을 마무리 지으면서 대미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지만, 현대차그룹 등은 여전히 25%를 적용받고 있다.

직접 현금 투자가 국내 경제를 흔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상황이라 정부도 섣불리 협상을 마무리 짓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미 투자 방식 등 주요 내용에 양국 간 논의가 여전히 '교착'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한미 협상 지렛대 역할을 하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핵심 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 움직임도 주목된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이날 APEC 서밋에서 퓨처 테크 포럼: 조선을 개최했다.

조선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와 가까운 울산 HD현대중공업 사업장이나 경남 거제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사업장 등을 방문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드러낸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8년 부동산 사업가로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방문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중 정상 회담을 주목하기도 한다. 미중 패권 경쟁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들면서 양국 관계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반도체 등에 쓰이는 희토류 수출 규제 카드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로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규제 1호 품목인 갈륨 공급 절차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오는 2027년까지 울산 온산제련소에 갈륨 회수 공정을 신설한다. 당장 게르마늄 공급과 관련해 록히드마틴과 손잡았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27일 APEC CEO 서밋 퓨처 테크 포럼 조선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HD현대

APEC을 계기로 미중이 급진적인 관계 변화를 이루기는 어렵지만, 당장 치킨게임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저는 중국이 그것(희토류 수출 통제)을 검토하며 1년간 (관세) 시행을 연기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했다.

쟁점 중 하나인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과 관련해서도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수입 중단은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두 농가 지지층을 잃을 변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베선트 장관은 "상당 규모 농산물 구매에 합의했다"라고 했다.

한일 관계도 산업계가 관심을 두는 영역 중 하나다. 일본에서는 최근 타카이치 사나에가 우여곡절 끝에 총리로 선출됐다. 여자 아베로 평가받을 만큼 극우 성향을 드러내던 사나에 총리와 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일정이 될 전망이다.

다만 미중 패권 경쟁과 자국 우선주의가 두드러지는 국제 정세 속 한일 정부가 과거 경색 관계를 되풀이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이 보는 한국과 일본은 우방국이면서도 그간 '혜택'만 받은 국가라는 신호를 지속해 보내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회동'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2019년 깜짝 회동 당시 핵심 역할을 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벨라루스를 순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APEC 기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회동할 가능성도 나온다. 황 CEO는 오는 31일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최태원 SK 회장도 퓨처 테크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글로벌 업체와 국내 업체 사이 밀착 행보도 관심 사안이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APEC에 너무 집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완성차 업체 등이) 25%로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정부가 다른 방식으로 도우며 버텨보자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은 제한적인 휴전 관계가 될 듯하다"라며 "상대방에 줄 것이 별로 없다. 중국이 버티는 모드로 가는 것 같다. 미국은 때리고 싶은데 마땅치 않은 듯하다. 11월 초 관세 시한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넘어갈 것 같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사나에 총리가 되고 나서 원화가 엔화 약세에 동조돼 동반 약세가 나타날 수 있는 전망이 있다. 사나에 총리가 기본적으로 우익이기는 하지만 미일 협상이 불공평하다고 말한 적도 있다. 산업 구조가 비슷한 한일이 공동 전선을 꾸릴지 관심"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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