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해외서 훨훨 나는데…'내수 한계' 동원F&B, 탈참치 선언할까


동원F&B 수출 비중 단 2%…'글로벌 식품 디비전' 출범
동원, 2030년까지 식품 매출 10조로…해외 비중도 40%

동원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원산업이 식품 핵심 계열사인 동원F&B를 자회사로 품으면서 참치를 뗀 글로벌 K-푸드를 만드는데 골몰하고 있다. 사진은 동원그룹 사옥. /동원산업

[더팩트 | 손원태 기자] 동원그룹 지주회사인 동원산업이 식품 핵심 계열사인 동원F&B를 자회사로 품으면서 참치를 뗀 '글로벌 K-푸드'를 만드는데 골몰하고 있다. 동원F&B는 매출 규모로 CJ제일제당에 이은 국내 2위 식품기업이다. 그러나 글로벌 수출 비중이 단 2%에 불과해 사실상 내수 기업이라는 한계가 뒤따르는 상황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지난 8월 그룹 핵심사업이자 식품 계열사인 동원F&B를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그러면서 동원그룹은 동원F&B를 주축으로 동원홈푸드와 스타키스트, 스카사 등 4개 식품 회사를 하나로 묶은 '글로벌 식품 디비전'을 출범시켰다. 지주사가 식품 사업을 직접 관리하게 되면서 기존 동원F&B는 상장 폐지됐다.

동원F&B는 지난해 매출이 연결 기준 4조4836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17조8710억원)에 이은 2위 규모다. 그러나 동원F&B의 지난해 수출액은 973억원에 머물렀다. 동원F&B의 해외 비중이 단 2.2%에 그치면서 내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국내 경기가 저성장에 오랜 기간 갇히면서 식품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K-푸드가 전 세계로 유행을 타면서 이를 즐기려는 해외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에서도 동원F&B는 이렇다 할 메가 식품 브랜드가 없다. 단적으로 경쟁사들의 경우 CJ제일제당의 '비비고'와 대상의 '종가',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농심 '신라면' 등은 브랜드 단일 수출로만 1000억원을 넘겼다.

반면 동원F&B는 전체 수출로도 1000억원에 미치지 못해 다소 아쉬운 성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원F&B는 참치 통조림부터 샘물과 김, 김치, 죽, 밀키트(HMR), 우유, 햄, 소스, 식용유 등 다양한 식품들을 만든다. 식품 제조 외에도 식자재 유통과 급식, 사료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 지난해 동원그룹의 전체 매출은 8조9442억원이다. 그 중 동원F&B가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사실상 식품 사업에 따라 동원그룹 실적이 좌우되는 구조다.

동원산업이 동원F&B를 자회사로 품으면서 식품 사업을 직접 챙기게 된 배경이다. 동원산업은 '글로벌 식품 디비전'을 꾸리면서 국내외 식품 사업의 관제탑 격으로 올라선다. 동시에 그룹 내 4개의 식품 연구개발(R&D) 센터를 하나로 통합해 관리한다. 식품 사업에서의 생산과 구매, 마케팅, 영업 등의 부서도 하나로 모은다.

지난해 동원F&B의 연구개발 비용은 13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매출 대비 0.30%에 그친 수준이다. 동원산업은 이를 1%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동원그룹은 또 오는 2030년까지 그룹 전체 매출을 16조까지 키운다는 목표다. 그룹 내 4개 식품 회사의 매출도 지난해 5조7000억원에서 오는 2030년 10조로 확대한다. 현재 22% 수준인 동원그룹 식품 사업의 글로벌 비중도 40%까지 끌어올린다.

동원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원산업이 식품 핵심 계열사인 동원F&B를 자회사로 품으면서 참치를 뗀 글로벌 K-푸드를 만드는데 골몰하고 있다. 사진은 동원그룹 대표 식품인 동원참치 제품들 모습. /동원F&B

이를 위해서는 동원그룹의 높은 참치 의존도도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

지난해 동원산업의 참치 관련 어획물 사업은 2693억원, 횟감이나 통조림 등으로 참치를 제조하는 상품 사업은 4890억원으로 나왔다. 이는 동원산업 전체 매출(별도 기준) 1조794억원의 70%를 웃도는 수치다.

이에 동원산업은 '글로벌 식품 디비전' 꾸려 지주사 산하에서 식품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식품 계열사 간 사업 전략을 일관적으로 추진해 회사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등 역량을 다진다. 결과적으로 참치를 제외한 동원그룹의 또 다른 메가 식품 브랜드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다.

동원산업은 우선 지난 2008년 인수한 미국 최대 참치 통조림 회사 스타키스트의 유통망을 그룹으로 넓힌다. 스타키스트는 지난해 미국 시장점유율이 46%에 이르는 참치 1위 제조사다. 동원그룹은 스타키스트의 유통망으로 북미와 중남미 지역까지 판로를 아우른다.

동원산업은 또 지난 2011년 인수한 세네갈 참치 통조림 회사 스카사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스카사의 유통망을 토대로 중동과 유럽 지역까지 겨눈다는 포석이다.

동원그룹이 현재 운영하는 해외 식품 생산공장으로는 스타키스트 2곳(사모아·에콰도르)과 동원홈푸드 1곳(중국), 스카사(세네갈) 1곳이 있다. 동원그룹은 글로벌 K-푸드를 추진하는 데 있어 추가 생산공장 건립 가능성도 열어뒀다.

동원그룹은 글로벌 K-푸드 사업에 전사적으로 뛰어들면서 그룹 핵심 사업도 재편했다. 기존 해양수산과 글로벌 물류, 패키징·소재 3대 핵심축에서 글로벌 식품을 포함한 4대 핵심축으로 힘을 준 것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식품 디비전’은 기존 식품 계열사들의 각각의 역할을 유지하면서 지주사 산하로 둬 자회사 간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식품 계열사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해외 인수합병(M&A) 등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tellme@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