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한림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10월 마지막 주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여부와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등을 주목하면서 요동칠 조짐을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오천피'(코스피 지수 5000)를 향한 질주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장중 4000선을 넘어섰다.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상징적인 수치를 달성했다는 인식에 차익실현에 집중한 순매도세를 이어가나, 그간 코스피 강세를 이끈 외인은 굳건한 순매수세로 이날 4000선 밑에서 장을 마감할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수급도 역대 최고치와 함께 상승 흐름을 유지 중이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26일 기준)은 코로나19 여파로 호황기를 맞았던 2021년 6월 이후 4년여 만에 16조원대를 돌파했고,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3일 사상 최초로 80조원을 돌파한 후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그러나 증시 활황을 낙담하긴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향후 증시 기조를 형성하는 여러 이벤트에 대한 전망이 시장이 원하는 상승 흐름과 맞아떨어지면서 빠르게 증시에 반영됐고, 이벤트가 끝나는 시점에서 결과에 무관하게 상승 소재가 고갈돼 하방압력이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우선 시장은 30일(이하 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이사회(FOMC)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 여부를 주목한다. 연준은 앞서 지난 24일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따라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물가 안정과 경기 둔화 조짐 등을 고려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인하 폭을 내놓은다면 증시에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29일(이하 한국시간)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결과도 현재 증시가 그간 기대심리를 자극해 과도하게 올랐는지, 펀더멘탈에 맞는 정상적인 시장 랠리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가늠할 잣대로 풀이된다.
초유의 관심사는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의 트럼프 행정부 2기 집권 후 첫 만남이다. 양국은 그간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와 미국의 대중 관세 100% 추가 부과 여부를 두고 무역갈등을 빚으면서 글로벌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소 화해 무드를 연출하고 있으나, 결정권자의 만남에도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증시에 남아 있는 불확실성을 키울 여지는 남아있다.
한미 관세 협의도 증시 향방을 결정할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조지아 주지사가 방한해 미국은 한국 기업의 투자와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으나, 관세에 대해 선급을 고수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한미 협상 또한 지지부진한 만남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공식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 속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깜짝 만남' 여부도 주목된다.
지속된 코스피 대형주 쏠림 현상도 증시에 불안감을 조성한다. 27일(한국시간)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후 2시 44분 기준 각각 2%, 4%대 강세를 이어가면서 4000선 달성에 힘을 보태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거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두 종목에 대한 수급이 빠지면 코스피 지수도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준석 한양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삼성전자우, SK하이닉스 등 3개 종목의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5990억원으로 전체 거래 대금의 28%에 달했다"며 "코스피 거래 대금은 전반적인 증시 활황에도 소수 대형주에 매우 강하게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몰려있는 것도 '빅 이벤트'에 포함된다. 29일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30일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이 3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미국에서는 30일 시가총액 상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31일 애플과 아마존의 실적이 발표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APEC 정상회담에서 한미 무역협상 타결 여부, 미중 정상회담 결과, FOMC 등 그동안 기대심리를 자극했던 변수들의 결과를 확인할 것"이라며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가 아니라면 고점을 형성하는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악재는 외면하고 호재만 반영하던 증시에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중요한 한 주"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