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차재병 대표이사 대행 체제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강구영 전 대표 시절 스마트플랫폼 사업 부당 중단 논란에 임직원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회삿돈을 무리하게 쓴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전 대표 시절부터 최근까지 수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스마트플랫폼 사업은 문재인 정부 시절 안현호 전 사장이 추진한 사업이다. 강 전 사장이 지난 2022년 9월 취임하면서 전 정부 사업에 딴지를 걸기 위해 무리한 법적 다툼에 나서면서 수억원의 회삿돈을 지출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 전 사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지지 군인모임 운영위원장을 맡았었다.
27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KAI는 스마트플랫폼 구축사업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 지난 8월 한 대형 로펌을 대리인으로 선임하며 8000만원을 투입했다. 지난 7월 강구영 전 대표이사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고정익사업부문장인 차재병 부사장이 임시 대표를 맡고 있다.
앞서 KAI는 지난 2021년 스마트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시스노바를 수행 업체로 선정했다. 하지만 2022년 KAI는 대여금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이사회 승인 없이 임직원에 상여금을 지급했다며 시스노바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KAI는 2023년 5월 회사 내부 관계자가 시스노바와 사전 공모한 정황이 있다며 전현직 임직원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2022년 KAI가 시스노바를 고소한 사건을 수사한 창원지검은 이듬해 불기소 처분을 했다. 2023년 수사 의뢰 사건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노바는 2023년 6월 KAI가 용역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자기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며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제소했다. 공정위는 이듬해 3월 시스노바 주장을 일부 인정하고 경고 처분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소프트웨어 등 유지·보수 용역 비용 미지급 행위와 관련해 경고 처분을 내렸다. 후속 용역 발주 중지 행위는 주의 촉구를 내렸다. 그러면서 벌점 0.5점을 부과했다. 공정거래법상 3년간 누적 벌점 5점 초과 시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처분을 받는다.
다만 KAI와 시스노바 사이 민사 소송 1심에서는 양측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창원지법은 지난달 23일 시스노바가 미지급 용역비 58억원과 계약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기각 결정을 했다. KAI가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과 손해배상 소송도 기각했다.
KAI는 2023년 4월 스마트플랫폼 구축 사업 관리 형사 대리인을 시작으로 같은 해 7월 시스노바 용역비 소송, 지난해 1월 시스노바 위약벌 청구, 지난해 7월 시스노바 형사사건, 지난해 8월 시스노바 소송 감정료 납부, 지난해 12월 시스노바 공정위 사건 등에 변호사를 선임했다.
강 전 사장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6월 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에 사퇴 의사를 드러내고 7월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시스노바와 자사 임직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회삿돈을 쓴 셈이다.
KAI는 여러 대형 로펌을 대리인으로 선임하며 총 4억7500만원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2023년 7월 시스노바 용역비 소송에 6000만원 가량을, 지난해 7월 시스노바 형사사건 형사 대리인 선임에 1억5000만원 등을 투입했다.
KAI 관계자는 "법무 검토를 벌인 뒤 소멸시효를 고려해 손해배상 소송을 우선 제기한 것"이라며 "수사 과정이나 민사 소송 결과가 전부 나오지 않은 상태로 실질적으로 당장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강 전 사장이 스마트플랫폼 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해 국고와 회사 자산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으며, 임직원 횡령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강 전 사장 등을 업무상 배임과 명예훼손, 위증교사,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박 의원은 지난 7월에는 윤 전 대통령 시절 평양에서 발견된 드론작전사령부 무인기와 관련해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불법이 자행됐다며 강 전 사장과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을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4월에 고발한 사건은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고발장을 접수했다가, KAI 본사가 있는 경남 사천경찰서로 넘어갔다. 이후 경남경찰청이 사천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직접 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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