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네 탓 공방'…민유성, 불법 자문 최후진술서 "신동주 거짓말했다"


변호사법 위반 항소심 3차 공판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최후진술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지난 2022년 불법 자문 혐의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변호사 자격 없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법률 자문을 맡아 재판에 넘겨진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나무코프 회장)이 최후진술에서도 '신동주 탓하기'에 힘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앞선 재판에서 이뤄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진술이 모두 허위라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2부는 24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민 전 행장의 항소심 3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앞서 민 전 행장은 지난 2015년 10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변호사 자격이 없음에도 신 전 부회장을 위한 불법 법률 사무를 한 대가로 자문료·성공 보수 등 총 198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1심에서는 민 전 행장에 대해 징역 3년과 198억원 추징이 선고됐다.

민 전 행장의 법률 사무는 신 전 부회장과 손을 잡고 '롯데그룹 흔들기'에 나섰던 프로젝트L 추진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날 민 전 행장 측은 최후진술을 통해 △롯데면세점 특허 취득 방해 △호텔롯데 상장 무산 △롯데그룹 수사 유도 △국적 논란 조장 등 프로젝트L 관련 계약 내용을 모두 부정했다.

민 전 행장 측 변호인은 "앞선 재판에서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의 76억원 채무를 면하기 위해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민 전 행장이 신 전 부회장에게 일방적으로 자문 계약 해지됐다며 제기한 100억원대 용역비 청구 소송 1심에서 민 전 행장이 일부 승소(76억원)하자, 신 전 부회장이 이를 지급하지 않기 위해 추후 재판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어 민 전 행장 측 변호인은 "롯데 경영권 분쟁은 민 전 행장과 신 전 부회장이 자문 계약을 체결하기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롯데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민 전 행장이 개입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이밖에 원심이 인정한 프로젝트L 계약 내용은 많은 부분 왜곡돼 있거나,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과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은 법정 다툼 내내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더팩트 DB

아울러 민 전 행장 측은 법률 사무가 아닌 계열 분리 자문만 맡았다고 주장했다. 민 전 행장 측이 거론한 계열 분리는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의 식품·금융 부문을 신 전 부회장 몫으로, 나머지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몫으로 하는 방안이다. 민 전 행장 측 변호인은 "신 전 부회장과의 자문 계약은 롯데 계열 분리를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며 "'롯데그룹 흔들기'는 신 전 부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고용한 일본 컨설팅사, 로펌 등이 주도했다"고 책임을 돌렸다.

이처럼 민 전 행장과 신 전 부회장의 법정 다툼은 마지막까지 서로를 주동자로 지목하는 '네 탓 공방' 양상을 띠게 됐다. 신 전 부회장은 과거 법정에서 "프로젝트L은 민 전 행장이 자신에게 먼저 제안했고, 실행에 대한 구체적 결정까지 민 전 행장이 주도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민 전 행장이 용역비 청구 민사 소송과 이번 변호사법 위반 재판에서 다른 취지의 진술을 한 점은 추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민 전 행장은 용역비를 받아내는 과정에서는 법률 자문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민 전 행장 측은 재판부를 향해 집행유예 선고를 요청했다. 재판부가 변호사법 위반에 관해 법리적 견해를 달리하더라도 민 전 행장이 고의로 변호사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민 전 행장 측 변호인은 "계열 분리 업무 중 변호사들과 협업한 행위는 관행에 따른 것이었다"며 "민 전 행장은 변호사법 위반에 대해 인식이 거의 없거나, 미약한 정도"라고 설명했다.

민 전 행장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변호인은 "민 전 행장은 표적 항암 치료제를 투약하고 있다. 내성이 생기거나 부작용이 생길지도 모르는 상태"라며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실형을 선고한다면 생명형을 선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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