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3분기 실적 '청신호'…배터리 부진은 숙제


주력 사업 정유 부문 흑자 전환으로 호실적 예상
미국 전기차 보조금 소멸로 배터리 부문 불확실성 상존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실적에 초록불이 켜졌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실적에 초록불이 켜졌다. 유가상승으로 주력 사업인 정유부문 재고손실이 해소되면서다. 다만 리밸런싱의 핵심인 배터리 적자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숙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실적은 매출액 19조7000억원, 영업이익 440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 컨센서스 2255억원을 크게 웃돈다.

주력 사업인 정유 부문의 흑자 전환이 배경으로 꼽힌다. 정유업계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지표인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낮아졌지만 두바이 원유 가격이 2분기 66.7달러에서 3분기 69.9달러로 상승했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 강화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역시 급등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 대형 석유기업인 루코일, 로스네프트 등과 그 자회사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유가 상승으로 SK이노베이션의 재고평가손익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유를 낮은 가격에 들여와 보관한 뒤 높은 가격에 판매하면 장부상 이익이 발생한다.

발전소 부문에서 kwh당 전력판매가격이 낮아졌지만 여름철 성수기로 견조한 실적이 예상되는 점도 호재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유 부문에서 발생한 긍정적 재고 효과로 영업이익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며 "두바이 원유 가격 상승으로 재고손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구조 재편(리밸런싱)의 핵심인 배터리 사업의 부진은 숙제다.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이 1일부터 소멸돼 배터리 수요가 한동안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10월부터 미국 전기차 보조금 소멸에 따라 다수의 완성차 업체는 기존 보조금 대비 80% 내외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으나 전기차 수요 둔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판매 불확실성도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실적은 매출액 19조7000억원, 영업이익 440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 컨센서스 2255억원을 크게 웃돈다. 왼쪽부터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왼쪽), 장용호 총괄사장. /SK

SK이노베이션이 리밸런싱의 중심축이 되면서 메자닌 발행이 는 것도 부담이다. 메자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지닌 증권을 의미한다.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전환우선주(CPS) 등을 포함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SK E&S를 합병하며 종합 에너지 회사로 거듭났다. 지난 7월에는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 지분을 전부 재매입했다. 이후 이사회를 열고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을 의결했다. 자회사 합병에 필요한 현금이 부족해 각종 메자닌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지난 7월말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2030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목표치를 20조원으로 제시했다.

주주 입장에서는 전환사채와 교환사채 발행으로 유통주식 수가 증가하면 주당 가치 희석을 감수해야 한다. 추후 경영성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모든 부담을 기존 주주가 흡수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SK이노베이션 2조원 증자와 SK온 2조원 증자, SKIE 3000억원 증자, SK이노베이션 영구채 7000억원, LNG발전소 일부 유동화 3조원 등 총 8조원의 현금을 확보하면서, 2025년 부족한 5조2000억원의 현금을 충당할 전망"이라면서도 "내년에는 3조5000억원의 현금 부족이 우려돼 추가적인 다운사이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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