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선대회장 5주기…추도식 모인 이재용 회장·삼성 사장단


차분한 분위기 속 5주기 추도식 엄수
이재용 회장, 추도식 후 사장단과 오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4일 오전 경기 수원 이목동 삼성 가족 선영에서 열린 고 이건희 선대회장 5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수원=이성락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5주기 추도식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유족, 삼성 사장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치러졌다. 이 회장은 추도식 이후 사장단과 오찬을 함께하며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이 선대회장 추도식은 24일 오전 경기 수원 이목동 삼성 가족 선영에서 엄수됐다. 기일(25일)이 토요일이라는 점에서 하루 앞당겨 추도식이 열렸다.

지난 1987년 이병철 창업회장 별세 후 삼성 2대 회장직에 오른 이 선대회장은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이후 6년 동안 투병하다 2020년 10월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이 선대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로 대표되는 '신경영 선언'을 통해 그룹 혁신을 주도, 삼성을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먼저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등 경영진을 태운 차량들이 이날 오전 10시쯤 줄지어 도착했다. 50여명의 경영진들은 15분간 고인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직계 가족인 이 회장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은 오전 10시 40분쯤 선영에 도착했다.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도 함께했다. 이들은 30분간 머무르며 고인을 기렸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고 이건희 선대회장 5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외부 인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2주기 때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세 아들과 함께 선영을 찾은 바 있다.

이날 추도식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선영에 모여 헌화, 묵념한 뒤 곧바로 자리를 뜨는 등 간소화된 형태로 이뤄졌다. 이는 최대한 조용하게 고인을 기리고자 하는 유족들의 뜻이다.

삼성은 이날 추도식 외 회사 차원의 추모 행사도 열지 않았다. 앞서 지난 20일 경기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이 선대회장 5주기 추모 음악회를 진행한 것이 전부다. 추모 음악회를 여는 것은 문화 인프라 육성에 남다른 관심을 쏟은 이 선대회장의 생전 발자취를 기린다는 의미다.

이날 오후에는 삼성 전직 경영진이 선영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추도식 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으로 이동, 사장단과 오찬을 함께하며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불안정한 글로벌 경영 환경에 대응하면서 미래 사업을 차질 없이 준비하기 위한 사업 현안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장의 경영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이 회장은 오는 27일 회장 취임 3주년을 앞두고 있는데, 이날도 기념행사를 열지 않고 별도 메시지 역시 내놓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이 고 이건희 선대회장 5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한편, 이 선대회장의 5주기를 계기로 이른바 'KH 유산'의 가치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 회장 등 유족들은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상당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사회 환원을 실천했다.

앞서 유족은 한국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 이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다. 전례 없는 최대 규모 기증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2021년부터 전국 주요 박물관·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을 열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평소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문화적인 소양이 자라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민의 문화적 소양을 높이는 데 큰 관심을 가졌다.

또한, 유족은 "어린이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성장은 우리의 사명"이라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소아암·희귀질환 환아의 치료와 선진 의료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해 3000억원을 기부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대응·극복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700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선대회장 유족의 문화 예술품 기증과 의료 기부 등 'KH 유산'은 우리 사회에 기부 선순환을 일으키는 마중물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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