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불닭 뒤쫓는 오뚜기, 글로벌 시장서 '반격' 나선다


오뚜기 해외 매출 비중 10%대…경쟁사 대비 낮아
글로벌 사업 강화 위해 미국 공장 건립 등 추진

지난 13일 찾은 일본 마쓰야마의 한 소매점에서 라면 매대에 농심 신라면과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진열돼 있다. /마쓰야마=손원태 기자

[더팩트 | 손원태 기자] 글로벌 시장에 불고 있는 'K-라면' 열풍 속에서 농심 '신라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등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 대비 해외 성과가 부진한 오뚜기가 글로벌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 등 현지 생산 설비를 늘리고 글로벌 모델을 기용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를 강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0.3%, 2023년 9.6%, 2024년 10.2%로 최근 3년간 10%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경쟁업체인 농심과 삼양식품의 해외 비중이 30%대와 70%대를 웃도는 상황과 비교하면 오뚜기의 현주소는 뼈아프다. 더구나 농심은 신라면으로,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으로 단일 브랜드 연 매출 1조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오뚜기도 진라면을 주축으로 해외 시장에 공들일 수밖에 없다.

오뚜기의 절박함은 곳곳에서 엿보인다. 일례로 오뚜기 함영준 회장의 장녀인 함연지씨는 본업이었던 뮤지컬 배우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 법인에서 K-푸드를 알리는 데 팔을 걷었다. 그의 남편인 김재우 씨도 미국 법인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오뚜기는 지난 2023년 11월 글로벌사업부를 본부로 격상시켰다. 동시에 본부장 자리에 함 씨의 시아버지이자 사돈인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선임했다. 오뚜기 영문 사명도 기존 'OTTOGI'에서 'OTOKI'로 외국인이 부르기 쉽게 바꿔놨다.

오뚜기 대표 제품인 진라면 모델로는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진을 발탁해 글로벌 공략에도 집중하고 있다. 진라면 제품명도 외국인이 접근하기 쉽도록 영문명인 'JIN'을 대문짝만하게 강조했다. 진라면과 BTS 멤버 진의 이름이 같다는 점에서 마케팅에도 공들인 것이다.

지난 9월 2일 찾은 스위스 체르마트의 한 마트에서 농심 신라면과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이 진열대를 가득 채웠다. /체르마트=손원태 기자

오뚜기는 현재 해외에서 미국과 중국, 베트남, 뉴질랜드 4곳의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를 제외한 해외 생산공장은 중국과 뉴질랜드, 베트남 3곳이다. 중국은 당면 원료를, 뉴질랜드는 사골 원료를, 베트남은 라면과 소스류를 주로 생산한다.

최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미라다 지역에 사업비 565억원을 출자해 식품 생산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부지 확정을 완료했으나 당국의 인허가를 기다리는 상태다.

오뚜기는 이르면 오는 2026년 3분기 본격적인 공장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 시점은 오는 2027년 말로 잡았다. 구체적인 생산 품목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라면이나 소스류가 유력하다. 외에도 오뚜기는 마케팅과 물류, 생산시설 등 전반에 걸쳐 투자를 넓히고 있다.

황성만 오뚜기 대표도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5 식품산업 ESG 공동실천 선언식 및 경영포럼'에서 해외 수출 청사진을 직접 밝혔다.

황 대표는 "(오뚜기의) 글로벌 사업이 단기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시간을 갖고 지켜봐 줬으면 한다"라면서도 "현지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BTS 진을 모델로 발탁하는 등 글로벌 인지도를 강화하기 위해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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