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결정 D-1, 뛰는 집값·널뛰는 환율 발목…10월 금리 동결 나서나


23일 금통위…채권전문가 10명 중 8~9명 "연 2.50% 동결" 전망
9월 생산자물가 0.4%↑…집값·환율 불안 완화까지 '관망' 유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3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다. 서울 집값 오름세가 이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1430원 안팎까지 출렁인 가운데, 채권시장에선 "이번 회의도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9월 생산자물가가 한 달 만에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르며 물가 재자극 신호를 보인 점도 인하 재개를 미루게 할 요인으로 지목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8월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했다. 지난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인하된 이후 7월과 8월 연속 동결을 유지했다. 정부가 추진한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도 다시 집값이 오르고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차가 벌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창용 총재는 통화정책 결정문을 통해 "물가가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성장세는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내수를 중심으로 다소 개선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추이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상반기에 하반기 경제전망을 새로할텐데 하반기에도 금리 인하 기조를 계속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때 가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신성환 금통위원은 2.25% 인하가 바람직하다는 소수 의견을 냈으며 향후 3개월 이내 인하에 대해서는 5명의 위원이 동의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오는 23일 열릴 금통위에서 한은이 집값·환율 변수와 국내 물가 흐름을 지켜보며 10월에도 동결을 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가격 지표는 '인하 보류' 쪽에 힘을 싣는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1.2% 상승해 1년 만의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수입·수출물가도 최근 석유·환율 영향을 타고 동반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2%대 안착을 확인하기 전 추가 완화를 서두르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부동산 정책 역시 동결에 힘이 실리는 요인이다. 정부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6억원으로 낮추고,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비율(LTV)를 40%로 제한했다. 규제지역 역시 서울 강남권에서 서울 전역 및 경기 12개 지역으로 대폭 확대했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 상환금까지 DSR에 포함하는 등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내놨다.

치솟는 환율도 금통위의 발목을 잡는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27.8원으로 마감해 14일(1431.0원) 이후 최고 수준을 재시도했다. 이달 중 장중으로는 1434원까지 뛰었다. 외환 변동성이 큰 구간에선 기준금리 인하 신호가 환율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미국발(發) 불확실성도 부담 요인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정지) 이후 당초 지난 15일 발표 예정이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금통위 이후인 24일로 연기됐다. 미국 경기 상황을 판단할 핵심 지표 없이 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9월 생산자물가가 한 달 만에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르며 물가 재자극 신호를 보인 점도 인하 재개를 미루게 할 요인으로 지목된다. 사진은 한국은행. /이선영 기자

채권전문가 설문에서도 같은 시그널이 반복됐다. 전날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11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금투협이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 100명(49개 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 85%는 10월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배경으로는 수도권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세와 환율 변동성, 인하 재개 시 신용·부동산 과열 재점화 우려가 꼽힌다.

10월 동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에선 11월 추가 인하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다만 사실상 올해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났다는 의견도 공존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0일 보고서에서 "만장일치 동결 그림이 (소수 인하 의견보다) 더 자연스럽다"고 봤다. 다올투자증권도 21일 보고서를 통해 "8월까지는 신성환 금융통화위원의 소수 인하 의견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신 위원까지 (동결로) 의견 합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협상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한은의 다음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당초 예상한 11월보다 더 늦은 내년 1분기까지 미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채권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만장일치 동결 가능성이 크다. 환율 1430원 안팎·수도권 집값 상승·PPI 반등이 동시에 나타난 상황에선 인하 신호의 비용이 크다는 판단이 우세하다"며 "안내(포워드가이던스) 톤이 완화로 기운다면 단기물 중심으로 강세가 열릴 수 있겠지만, 핵심은 환율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이창용 총재는 변수의 복잡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기·환율·부동산 등 상반된 요인이 많아 한 가지 변수만 보고 결정하기 어렵다"면서 환율과 관련해선 "국제적인 사안으로 위기 상황으로 보진 않는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연간 기준금리는 작년 10월 이후 누적으로 1%포인트 인하됐고, 향후 판단은 물가·금융안정 여건을 종합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10월 동결'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총재는 "서울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재과열 조짐이 보이고 향후 가계대출 흐름의 불확실성도 증대됐다"면서 "유동성을 더 늘림으로써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은 하지 않으려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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