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은 상승…시장 신뢰 흔들린다


이상경 국토차관 "집값 안정되면 그때 사면 돼" 발언 논란
경실련 "핀셋규제 되풀이 해선 안 돼"

이재명 정부가 출범 4개월 만에 세 차례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서울 집값 상승세를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집값 안정은 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방위산업 발전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 4개월 만에 세 차례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서울·수도권 집값 상승세를 눌러 시장 안정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핵심 카드로는 규제지역 확대와 대출 규제 강화를 꺼내 들었다.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대책이 나올 때마다 집값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포함한 경기 과천·분당 등 주요 지역에서는 연일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의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내놓은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보완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출연해 10·15 대책을 설명하며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사면 된다"며 "어차피 기회는 돌아오게 돼 있다"고 말해 여론에 불을 지폈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내로남불 아닌가요", "차관은 빚 안 내고 집 샀나", "집값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등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들은 열불나는 유체이탈 발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이라며 "대출은 다 틀어막고는 돈을 모아서 집을 사라는 말이 책임 있는 당국자가 할 수 있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 '종합패키지' 대책…"집값 잡기 실패하면 피해는 국민의 몫"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출연해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사면된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

이재명 정부는 출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 대출 규제를 내놨다. 정부 기대와 달리 시장은 잠잠해지지 않았고, 부랴부랴 9·7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 안정에는 실패했다. 결국 10·15 대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0일 브리핑을 통해 "부동산 정책이라고 하는 것이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급격한 상승을 억제해야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공급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 핵심 내용은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을 포함한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 확대 지정, 경기 12개 지역 추가 지정, 고가주택 주담대 한도 대폭 축소·DSR 규제 강화, 신축매입임대 등 공공 공급 확대, 부동산 거래 감독기구 설치 등으로 요약된다.

이번 대책을 두고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거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집값 상승에 대한 원인규명도 없이 단편적인 규제 강화 내용만 담고 있다.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며 "만일 이재명 정부가 전임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집값 잡기에 실패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모두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정책과 규제지역 확대 등에 의존하는 모습은 핀셋 규제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문 정부는 집값이 폭등했음에도 확실한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대책만 남발하다 정권을 넘겨줬다"며 "이 정부가 같은 과정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집값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기반으로 일관되고 장기적인 정책 기조를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시장 신뢰 붕괴 자산 가치 왜곡 초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집값 잡기에 실패한다면 그 피해는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헌우 기자

참여연대도 이번 대책이 시장 안정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날 논평에서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억제할 부동산 세제 강화 방안이 빠졌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라며 "규제 지역 확대나 핀셋 대출 규제에만 의존하는 처방은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의 무분별한 부동산·금융 규제 완화와 종합부동산세·양도세·취득세 감면 등 전방위적인 부동산 감세 정책을 바로 잡지 않는 한, 국지적인 처방으로는 시장 불안과 집값 상승을 잠재울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는 급등을 막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의 붕괴와 자산 가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과거 일본의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처럼, 거래 단절은 가격 하락보다 훨씬 길고, 회복은 훨씬 더딜 수 있다"고 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공급 확대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의 주요 내용·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주택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이 여전히 상존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공급 일정과 실행계획을 조기에 제시해야 한다"며 "정부 실행 의지와 정책 일관성을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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