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재생E 썼다지만…온실가스 감축 효과 없는 '무늬만 친환경'


녹색프리미엄, 한전에 웃돈 주고 '재생에너지' 인증
실제로는 온실가스 배출 줄이는 효과 없어

국내 대표 석유화학 기업인 LG화학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없는 녹색 프리미엄 구매 실적을 감축 성과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기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DB /더팩트 DB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내 대표 석유화학 기업인 LG화학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없는 '녹색 프리미엄' 구매 실적을 '감축 성과'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기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프리미엄은 전형적 그린워싱 제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만큼 정부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설비 추가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녹색프리미엄 구매 실적을 '기후변화 대응' 성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기재하고 있다.

녹색 프리미엄은 한국형 RE100(K-RE100)에 참여 등록한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 중 하나다. K-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RE100 캠페인을 국내 여건에 맞춰 산업통상자원부가 만든 제도다. LG화학은 K-RE100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녹색프리미엄 구매 △REC(재생에너지공급인정서) 구매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직접 전력 구매 계약을 맺는 PPA제도 △자가발전 등의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다.

가장 쉬운 방식은 녹색프리미엄이다. 기업이 일반 전기요금 외에 한전에 웃돈을 지불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증받는 제도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고 절차도 간단해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녹색 프리미엄을 택하고 있다.

문제는 '친환경'으로 인증받은 전력이 실제는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녹색프리미엄 전력은 이미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제(RPS)를 통해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은 전기다. 기업이 이 전력을 다시 사서 감축했다고 주장하면 한 번 줄인 온실가스를 두 번 줄였다고 이중 계산하는 셈이 된다. 녹색프리미엄 구매를 통해 발급되는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에는 실제 전력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도 포함되지 않는다. 한전이 공급하는 녹색프리미엄 전력이 실제 어떤 재생에너지를 원천으로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녹색프리미엄은 배출권거래제(K-ETS)나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서도 감축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LG화학은 녹색프리미엄 구매 실적을 '기후변화 대응' 성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기재하고 있다.

LG화학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2024년 기준 국내 사업장에서 REC 및 녹색프리미엄을 통해 약 142GWh의 재생에너지를 사용했으며 이로 인해 약 5만톤의 탄소감축 효과를 얻었다"며 "해외 사업장에서는 인증서 구매 등을 통해 약 693GWh의 재생에너지를 조달해 약 41만톤의 탄소감축 효과를 달성했다"고 적었다.

LG화학 관계자는 "PPA 목표 비율을 정한 건 아니지만 기업 마음대로 늘릴 수 있는 성질이 아닌 만큼 여건이 조성되는 것에 따라 비율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PPA 등 생산자 연계 조달 비율을 확대해 기후변화 대응에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RE100에 참여하는 또 다른 석유화학 기업인 한화솔루션은 녹색프리미엄을 온실가스 감축 성과에 포함하지는 않았지만 재생에너지 총량에서 녹색프리미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4년 재생에너지 총량은 45GWh로 이 중 녹색프리미엄 구매 전력이 27GWh로나타났다. REC 구매가 6.7GWh, 자가발전 5.8GWh, PPA 5.7GWh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형 RE-100에 참여하는 또다른 기업인 한화솔루션은 녹색프리미엄 비중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량 중 가장 높았다. 한화솔루션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기재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량 이미지. /한화솔루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캡처

한화솔루션처럼 대부분의 K-RE100 참여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조달 수단으로 녹색 프리미엄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K-RE100 참여 기업 967곳의 재생에너지 총 사용량은 38TWh로, 녹색프리미엄 85.3%(33TWh), REC 구매 13.1%(5TWh), PPA 1.0%(0.4TWh), 자가발전 0.6%(0.2TWh)를 사용 중이다.

한화솔루션은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아직 재생에너지 전환 비율은 낮으나 직접PPA의 경우 전년도 대비 약 5.5GWh 증가했고 재생에너지 자가발전량도 1.6GWh 증가해 양질의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온실가스 감축량 산정 시 녹색프리미엄을 포함하지 않았다"며 "녹색 프리미엄은 한국형 RE100을 달성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조달 수단으로 언급했다"라고 밝혔다.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은 지난해 3월 포스코와 SK가 '녹색프리미엄 구매로 온실가스를 감축했다'는 거짓 광고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환경기술원에 신고했다.

기후솔루션은 "녹색프리미엄에 의존하는 국내 기업들이 국제 무대에서 지속가능성 평가를 받는 데 리스크가 있다"며 "정부가 기업들이 국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는 정책을 신속히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녹색프리미엄 현행 형태로는 국제적으로 요구되는 책임성, 투명성, 그리고 온실가스 추가 감축 기여 측면이 부족해 그린워싱 논란에 휘말릴 위험이 크다는 설명이다.

김건영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녹색프리미엄보단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직접 전력 구매 계약을 맺는 ‘직접 피피에이(PPA)제도’와 같은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의 활성화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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