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임신부·어린이에게도 처방…"투약기준 벗어나"


임신부 194건·어린이 69건 처방 점검 확인
치과 등 비만과 무관한 의료기관서 처방하기도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투약 기준을 벗어나 임신부와 어린이에게까지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치료제 위고비. / 뉴시스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정한 투약 기준을 벗어나 임신부와 어린이에게까지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과 무관한 진료과목에서도 위고비가 광범위하게 처방되는 등 무분별한 처방과 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가 국내에 시판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만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69건, 임신부에게 194건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확인한 건수로, DUR은 약을 처방·조제할 때 병용·연령·임신 등 안전에 주의해야 할 정보를 의사·약사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실제 처방전 발행·조제 건수와는 차이가 있다. 비만치료제는 비급여품목이기 때문에 건강보험통계를 집계할 수 없어 DUR을 통해 처방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위고비는 만 18세 미만 청소년·어린이와 임신부·수유부, 65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투여가 금지돼 있다. 임신 중에는 약물 투여를 중단해야 하며, 만 18세 미만 환자에서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되지 않았다.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으면서 BMI가 27 이상 30 미만인 과체중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비만과 무관한 진료과목 의료기관에서도 위고비 처방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실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위고비 공급 내역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2453건), 산부인과(2247건), 이비인후과(3290건), 소아청소년과(2804건), 비뇨기과(1010건), 안과(864건), 치과(586건), 영상의학과(104건) 등 비만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진료과목에서도 위고비가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위고비는 의사라면 처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라면서도 "비만과 무관한 과목에서의 처방이 적절했는지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만치료제의 남용은 부작용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 시판 이후 위고비 투약 환자 가운데 급성췌장염 151명, 담석증 560명, 담낭염 143명, 급성신부전 63명, 저혈당 44명 등 총 961명이 관련 증상으로 진료를 받았다. 이 가운데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급성췌장염 19명, 담석증 76명, 담낭염 39명, 급성신부전 18명, 저혈당 7명 등 159명에 이른다.

김 의원은 "식약처의 의약품 품목허가 사항을 무시하고 위고비 같은 전문의약품을 처방해도 이를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며 "마운자로는 최근 출시돼 기본적인 통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원칙없는 처방과 투약 남용으로 국민의 건강 사각지대만 넓어지고 있다"고 지적햇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는 비만치료제의 안전 처방기준을 만들고, 의료현장에 대한 점검과 조사를 통해 환자 안전을 위한 행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i@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