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 보안감점 적용 기간을 연장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방사청이 입장을 갑자기 바꿨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방사청은 '최초 형 확정'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수행 기업에 대한 결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최근 갑자기 '최종 형 확정' 시점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방사청이 혼란을 키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더팩트>가 확보한 HD현대중공업 '방위력개선사업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 불공정행위 이력 감점 관련 문의 질의에 대한 방사청 회신에 따르면, 방사청은 2021년 12월 31일 이전 기소 시 '최초 형 확정일'에서 입찰 등록 마감일 전일 기준 3년간 감점 기준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앞서 울산지검은 2020년 9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HD현대중공업 전현직 직원 9명을 기소했다. 이 중 8명은 1심으로 재판이 마무리되면서 2022년 11월 유죄가 확정(최초 형 확정)됐고, 나머지 1명 사건은 항소심까지 이어져 2023년 12월 유죄(최종 형 확정)가 확정됐다.
이와 관련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월 방사청에 보안감점 기준을 문의하는 공문을 방사청에 보냈다. 2022년 11월 8명의 형이 확정될 당시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 불공정행위 이력 감정 평가 기준상 기소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유죄 판결을 받아 확정된 경우에도 감점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규정상 기소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23년 9월 이후에는 입찰 등록이 마감되는 입찰의 경우 보안감점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안감점이 기소일로부터 3년간 적용되는 것인지, 아니면 8명 직원 형 확정일부터 적용되는지 문의했다.
이에 방사청은 같은 달 질의회신 문서를 통해 "질의 내용은 2020년 9월 전현직 직원 9명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돼 2022년 11월 그중 8명 형이 확정된 경우 방위력개선사업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기준에 따른 불공정행위 이력 감정 평가를 위한 기산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위력개선사업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기준 평가 기준 방위사업불공정행위 단서에 따라 21.12.31 이전 기소된 경우에는 '최초' 형 확정일로부터 입찰등록 마감일 전일 기준 3년간 형사처벌 감점 기준이 적용된다"라고 적었다.
보안감점 적용 기준이 기소일이 아닌 최초 형 확정일에서 3년간 적용된다는 판단이다. 방사청은 당초 보안감점 적용 기준이 기소일이냐, 최초 형 확정일이냐 논란에서 최초 형 확정이라고 본 것이다.
방사청이 최초 형 확정이라고 판단한 공식 행보는 여러 건이 있다. 방사청은 2023년 11월 방위사업법 및 하위법령 개정안 설명회에서 HD현대중공업을 언급하며 보안감점 기간을 최초 형 확정일을 기준으로 3년간 적용한 올해 11월까지라고 밝혔다.
지난 6월에는 HD현대중공업이 장보고-II 성능개량사업과 관련해 보안감점 적용 시 경쟁이 제한돼 독점 우려가 있다며 신청한 가처분 사건에서 방사청은 법원에 보안감점 적용 기간을 올해 11월이라는 내용이 담긴 자료를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방사청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경쟁이 치열한 방산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라고 비판한다. 당초 올해 11월까지가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적용 기간이라고 밝혀왔다가, 지난달 30일 보안감점 기간을 13개월 늘리겠다고 갑자기 입장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방식을 놓고 수의계약을 요구하는 HD현대중공업과 경쟁입찰을 요구하는 한화오션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방사청이 혼란을 부추긴다는 의견도 나온다. 원팀 필요성이 커지는데 방사청이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HD현대중공업은 "차세대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사업 추진 방식 결정이 임박한 시점에 이러한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 강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하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해 재검토를 요청하고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HD현대중공업이 법적 조치를 언급한 상황에서, 다음 달 이후 발생하는 입찰 등에 보안감점과 관련해 여러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방산 공급망 재편 속 국내 시장에서 혼란이 야기되는 셈이다.
방사청은 내부 검토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최종 형 확정일 적용으로) 검토한 것은 사실이다. 향후 HD현대중공업 이의 등에 심도 있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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