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세기의 이혼' 소송의 상고심 선고가 조만간 내려진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불법 비자금 문제와 김건희 여사 청탁 등 해당 이혼 소송과 관련한 여러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떠한 결론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4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오는 16일 오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선고를 진행한다. 지난해 5월 항소심 선고 이후 약 1년 5개월 만에 대법 판단이 나오는 것이다.
앞서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에서 재산 분할액이 1조3808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는 2심이 최 회장 보유 SK 주식을 특유재산이 아닌 분할 대상인 공동재산으로 봤기 때문이다. 특유재산은 혼인 전부터 각자 소유하던 재산 또는 혼인 중 상속·증여로 취득한 재산을 말한다. 상고심에서도 최 회장이 부친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SK 주식에 대한 특유재산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해당 이혼 소송은 여러 논란과 맞물려 있다. 이는 이번 상고심 판결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먼저 2심에서 재판부의 '계산 오류'가 있었다. 2심 재판부는 당초 1998년 대한텔레콤(SK의 모태)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으로 산정했고, 추후 지적이 나오자 1000원으로 판결문을 고쳤다. 법리 오해 여부를 심리하는 법률심인 상고심에서 2심 재판부의 '계산 오류'와 경정(更正) 결정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앞서 최 회장 측은 경정 결정에 대한 재항고를 대법에 제기한 바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불법 비자금 논란이 해당 이혼 소송을 통해 불거졌다. 2심에서 재산 분할액이 천문학적인 규모로 커진 것도 노 관장 측이 비자금 카드를 제시해서다. 노 관장은 모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선경 300억' 메모와 약속어음(50억원짜리 6장) 사진을 제출했고, 2심은 이를 SK로 흘러 들어간 비자금으로 봤다. 이 자금이 SK 성장의 종잣돈이 됐으니 SK 성장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할 수 있고, 나아가 SK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이라는 얘기다.
대법 판결이 임박한 현시점,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불법 비자금 논란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았다. 시민단체의 고발과 정치권의 지적이 이어지며 오히려 논란이 증폭된 형국이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이혼 소송과 별개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불법 비자금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 국고 환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심에서는 비자금 전달 방식과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이 특정되지 않았다. 비자금 유입을 인정하더라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딸인 노 관장의 기여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타당성 문제도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만약 상고 기각 후 2심 판결이 확정된다면, 비자금의 존재뿐만 아니라 불법 자금의 대물림이 법적으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김건희 여사 청탁' 의혹이 더해져 이혼 소송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진 분위기다. 노 관장이 김 여사와 접촉해 윤석열 정권을 활용, 이혼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려고 했다는 주장이 지난달 KBS 보도국장 출신 백운기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나왔다. 채널이 공개한 문건에는 최 회장을 음해하는 내용과 함께 "항소심 판결이 유지된다면 향후 노소영은 SK그룹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혼 소송 관련 내용도 담겼다.
노 관장과 김 여사 간 연결고리로는 '재벌가 사모님들의 사교 모임'인 미래회 인맥 등이 꼽힌다. 실제로 노 관장이 이끄는 미래회의 일부 멤버는 김 여사, 윤 정권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받아 왔다. 윤 전 대통령이 대선 예비후보일 때 거액을 후원하고, 이후 불법 대선캠프(강남구 예화랑 건물)까지 제공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미래회 주축 멤버 김방은 예화랑 대표가 대표적이다. 미래회 창립 멤버이자 옛 이사진이었던 박선정 씨는 윤석열 부부를 연결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며느리다.
결국 이혼 소송과 관련한 여러 논란과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고심 선고가 내려지게 됐다. 현재 노 관장은 불법 비자금, 김 여사 청탁 의혹 등에 대해 침묵하며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최 회장은 비자금 유입을 포함한 노태우 정권의 특혜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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