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사면 370만명…카드사 '기회냐 리스크냐' 갈림길


부실차주 유입, 건전성 관리 '골머리' 우려
신규 발급 인원에 '위기 아닌 기회' 시각도 제기

신용사면을 바라보는 카드사의 시각이 교차한다.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신용사면을 바라보는 신용카드업계의 시각이 엇갈린다. 저신용 차주 유입으로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상환 능력을 기준으로 선정된 만큼 신규 고객을 확보할 절호의 기회라는 기대가 맞서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서민과 소상공인 약 370만명을 대상으로 신용사면을 실시했다. 대상은 2020년 1월부터 올해 8월 사이 5000만원 이하의 채무를 연체했다가, 올해 12월 말까지 전액 상환한 개인 또는 개인사업자다. 상환을 완료한 257만7000여명은 연체 이력이 즉시 삭제됐으며, 연말까지 빚을 갚지 못한 112만6000여명도 상환을 마치는 즉시 별도 신청 없이 신용회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약 29만명이 새롭게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3월 시행된 신용사면 당시에는 약 15만명이 신용점수 645점(나이스신용평가 기준)을 충족해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해졌다. 올해 신용사면을 통해 발급 대상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카드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미 연체율 상승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부실 차주 유입이 건전성 관리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지난 6월 말 기준 대환대출을 포함한 신용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의 평균 연체율은 1.88%로, 전년 동기 대비 0.12%포인트 상승했다.

신용사면 대상자의 재연체 가능성도 우려 요인이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이 신용평가사 2곳(NICE평가정보·한국평가데이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사면을 받은 286만명 중 95만5559명(약 33%)이 올해 7월 기준 다시 연체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신용사면 수혜자의 금융활동이 다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한 세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반면 이번 신용사면을 새로운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자금을 성실히 상환한 개인과 개인사업자가 대상에 포함된 만큼, 이들을 중심으로 맞춤형 영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기대다. 특히 여유 자금을 확보한 개인사업자를 우량 고객으로 유치하는 전략이 주목된다. 카드업계는 지난해부터 개인사업자 고객 기반 확대에 주력해온 만큼, 이번 사면을 ‘옥석 가리기’의 기회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신용사면으로 인한 신규 카드 발급이 업계 전반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신용카드사 8곳의 전체 회원 수는 8027만명이다. 이번 신용사면으로 신규 발급이 가능한 29만명은 전체 회원의 약 0.36%에 불과하다. 같은 달 카드사들의 신규 회원은 81만7000명, 해지 회원은 55만9000명으로, 월 단위로도 수십만명의 회원 이동이 발생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당분간 기존 영업 기조를 유지하며 시장 상황을 관망할 방침이다. 새로운 카드 수요 발굴도 중요하지만, 우량 차주 확보가 여전히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중·저신용자 유입을 통한 신판잔액(MS) 확대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증가로 이어질 경우 건전성 악화로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사 중 연체율이 가장 높은 곳은 우리카드로, 전년 동기 대비 0.19%포인트 상승한 2.6%를 기록했다. 이어 롯데카드(2.32%), 하나카드(2.25%), 비씨카드(2.03%) 등이 2%대를 보였다. 2023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전 카드사의 연체율이 1%대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사면으로 약 29만명이 새로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지만, 전체 회원 규모를 고려하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에게 부여되는 한도도 크지 않으며, 대출 서비스 역시 신용점수에 따라 엄격히 산정된다. 정부 정책인 만큼 카드사들도 적극 협조하며 리스크를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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