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계열사 산업 현장에서 연이어 인명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그룹이 안전보건 관리를 위해 만든 자회사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 사업 목적에 소프트웨어(SW) 개발을 포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춰 소프트웨어를 적극 활용해 산업재해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13일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사업 목적에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 자문 서비스·컨설팅업 외에 소프트웨어 개발, 제조·공급업, 엔지니어링 서비스업, 안전보건 관련 기타 교육지원 서비스업 등이 포함돼 있다.
포스코그룹 철강 부문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지난 7월 집진기 배관 해체 작업 과정에서 구조물이 붕괴해 작업하던 2명이 추락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했다. 건설 계열사인 포스코이앤씨에서도 잇달아 인명 사고가 났다.
포스코그룹은 같은 달 안전 관리 혁신 계획을 발표하며 8월 1일부로 그룹 안전특별진단 TF(태스크포스)팀을 출범시키겠다 밝혔다. TF에는 학계와 기관 등 외부 전문가, 직원,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했다.
포스코그룹은 안전 관리 혁신 계획에 장학 사업과 유가족 지원 등을 수행하는 산재가족돌봄재단과 함께 안전 전문 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안전·AI를 접목해 기술을 개발하고 안전 진단과 설루션, 공사 안전 플랫폼 등을 개발해 현장에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포스코그룹은 지난달 글로벌 안전 전문 컨설팅사 SGS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SGS는 건설·플랜트 진단에 특화된 글로벌 최대 규모 안전 컨설팅 전문 회사다. 전 세계 약 2600개 지사를 두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안전 컨설팅 전문기업 dss+와도 만났다.
포스코그룹은 글로벌 안전 컨설팅 전문 회사를 롤모델로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을 만들었다. 포스코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총발행 주식 92만6000주에 전액 현금 출자해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을 설립했다고 공시했다. 지분 가액은 46억3000만원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이 그룹 내부 철강업과 이차전지소재사업, 건설업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동시에 또 다른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포스코그룹은 "중소기업과 하청업체 등 제조·건설 현장에 안전 기술을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제조 사업 목적과 관련해 "앞서 글로벌 컨설팅 전문 회사와 MOU를 맺은 것과 같은 결로 AI를 접목해 설루션을 공급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 운영에도 관심이 쏠린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 초대 수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내부 인사인 유재홍 대표가 임시로 대표로 올라와 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적절한 인물을 섭외 중"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노동조합 참여 가능성도 언급된다. 포스코그룹은 안전특별진단 TF에 김성호 포스코그룹사 노동조합 연대 의장 겸 포스코노조 위원장을 포함했다. 현장 근무자가 사업장 상황을 진단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로 풀이된다.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 이사회에 노동자가 참여하는 '노동이사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제도다. 여대야소라는 현 국회 상황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9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고위급정책협의회를 벌이며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과 퇴직급여 보장법 개정, 고용노동법 개정, 노동이사제 도입 등은 민주당 정기국회 중점처리법안에 포함돼 있다"라고 말했다.
포스코노조 관계자는 "노동이사제는 그간 목소리를 내던 의제로서,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에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면 노조 입장을 적절히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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