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일부 업종에 건조기 판매 제한…소비자 불편에도 안전 강조


인화성 물질 사용 잦은 매장의 화재 위험 방지
"안전이 우선"…소비자 보호 위한 불가피 조치

2일 서울 시내 한 가전양판점 매장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건조기, 세탁기 제품이 진열돼 있다. /우지수 기자

[더팩트|우지수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화재·폭발 위험을 이유로 미용실·마사지숍 등 일부 업종에 건조기 납품·설치를 제한하면서 일부 소비자들의 불편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제조사의 자체 결정이며 법적 의무도 없지만, 신뢰도가 높은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최근 매장에 삼성전자의 건조기를 설치하려고 상담했는데 거절당했다"며 "본사 정책상 미용실은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중고 제품을 구매해 자체 설치해 사용 중인데 만일 고장이 날 시 A/S가 정상적으로 가능할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삼성·LG 건조기를 선호하는 자영업자들은 중고 제품을 구매해 직접 설치하거나 인접한 다른 업종 매장에 설치한 뒤 미용실로 옮겨 쓰는 등 제조사 정책을 우회해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중소기업이나 중국기업 제품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뢰도가 높은 브랜드를 선호함에도 선택지가 제한된다는 점은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고 제품을 설치할 경우 정식 AS나 보험 보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우회 설치해 사용하던 중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보험 보상 과정에서 책임 공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건조기 설치를 허용하면 화재 시 책임 소재를 제조사에 물을 수 있어 기업이 자체적으로 설치를 금지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사 건조기 안내문에 인화성 물질로 인한 화재 위험을 명시하고 있다. LG전자는 발포 고무·방수 직물, 시너·휘발유·헤어스프레이 등 인화성 물질이 묻은 의류는 건조하지 말라고 밝히며 안마시술소·피부관리실·미용실 등에서는 사용을 금지한다고 안내한다. 삼성전자도 가연성 물질이 묻은 세탁물을 건조기에 넣으면 폭발이나 화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미용실·병원·피부관리실·정비소 등에는 설치할 수 없다고 공지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용실, 안마시술소 등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로 인해 화재가 날 수 있다는 이유로 해당 매장에 자사 건조기 설치를 제한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소비자 반응은 엇갈린다. 한 온라인 미용 커뮤니티에는 "중소기업 제품은 문제없이 설치되는데 대기업만 제한하는 것은 책임 회피성 조치 아니냐", "화재 위험을 막을 수 있는 건조기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등 불만 섞인 의견이 나왔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실제로 건조기로 인한 미용실 화재가 잦은 걸로 안다. 소비자 위험을 우려해 대기업이 손해를 감수하고 설치를 막는 것 같아 옳다고 본다"는 반응도 보였다. "불매 등으로 의견을 피력할 수는 있겠지만 사기업의 자유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휘발성·인화성 물질이 건조기에 들어갔을 때 화재 위험이 있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며 "설치 제한은 소비자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 미용실 등 매장에서 인화성 물질이 묻은 세탁물을 건조하다 불이 난 사례가 보고됐다.

다만 자영업자가 사용 중인 중고 건조기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수리 서비스를 받는 것은 가능하다는 설명도 있다. 수리 전에 화재 위험성을 고지하고 재고장 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안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건조기는 본질적으로 60~80도의 열풍으로 옷감을 말리는 구조라 유분·오일 성분이 묻은 세탁물을 넣으면 열이 축적돼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기업의 안전 판단일 뿐 아니라 소방 당국도 이런 환경에서 건조기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혀 다른 방식의 건조기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화재 위험성을 기술적으로 없애기는 어렵다"며 "이 문제는 소비자 불편이라기보다 지켜야 할 안전 원칙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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